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19에서 중국의 TCL이 8K TV를 대거 선보였다.(사진=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19에서 중국의 TCL이 8K TV를 대거 선보였다.(사진=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삼성전자LG전자의 8K TV 화질 전쟁에 중국 업체들이 어부지리를 얻고 있다. 삼성·LG 제품과 함께 중국 기업이 선보인 8K TV에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며 시장 후발주자에서 선두 진영으로 자리를 옮겨가는 모양새다. 중국이 8K TV 기술 굴기를 본격적으로 드러낼 내년 1월 세계 최대 IT·가전전시회 'CES 2020'에 시장의 눈길이 쏠린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독일 베를린에서 지난 6~11일(현지시간) 열린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19'에 참여해 8K TV 화질을 놓고 뜨거운 논쟁을 펼쳤다.

LG전자는 IFA에서 기술 설명회를 열고 삼성전자의 8K TV가 국제 해상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4K 수준의 TV를 8K TV로 판매해 시장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전시장에는 자사와 삼성전자 8K TV를 나란히 배치해 관람객이 화질을 직접 비교하게끔 했다.

삼성전자는 "어느 곳에서든 1등을 따라하고 헐뜯는 것은 기본이다. 삼성전자가 8K 시장을 리드하고 있는데 그런 얘기를 한다는 게 안타깝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8K TV에 대한 공식 기준은 없다. (LG전자의 주장을)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두 회사가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우는 사이 중국 업체들은 8K TV를 대거 선보이며 업계 이목이 집중됐다. 삼성과 LG가 8K TV를 IFA 전시장 전면에 내세우면서 중국 업체들의 8K TV도 덩달아 높은 관심을 받았다.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19에서 중국의 TCL 하이얼 스카이워스 하이센스 콘카 등이 8K TV를 대거 선보였다. 창훙 전시관에 진열된 8K TV의 모습(사진=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19에서 중국의 TCL 하이얼 스카이워스 하이센스 콘카 등이 8K TV를 대거 선보였다. 창훙 전시관에 진열된 8K TV의 모습(사진=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IFA를 찾은 한 중국 가전업체 관계자는 "올해 IFA 화두는 8K TV다. 시장을 리드하는 삼성과 LG가 8K TV 홍보에 적극 나서면 경쟁사들도 득을 본다. 삼성과 LG의 8K TV를 먼저 보고 중국이나 일본 기업의 8K TV를 구경 오는 관람객들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삼성과 LG의 화질 논란에 대해 "두 기업 전시장에 가 봤다. 화질 논란이 있다는 건 알지만 경쟁도 있어야 기술이 발전한다"면서 "삼성과 LG 제품의 우열을 가리기는 어려워보인다. 두 회사 모두 시장을 이끄는 리더"라고 답했다.

가격 공세로 시장 저변을 넓힌 중국 업체들은 삼성과 LG의 기술력을 빠르게 모방하며 추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IFA에서도 중국의 TCL 하이얼 스카이워스 하이센스 창훙 콘카 등이 8K TV를 대거 선보였다.

특히 TCL의 약진이 돋보였다. TCL은 이번 IFA에서 8K TV와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을 결합한 모델을 처음 공개했다. 이는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이 공동 개발 중인 모델로 TCL이 삼성보다 먼저 기술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하이센스는 이번 IFA에서 85인치 8K ULED(울트라 LED) TV와 100인치 소닉 레이저 TV를 선보였다. 스카이워스도 120인치 8K LED(발광다이오드) TV와 75·88인치 8K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를 공개하며 기술력을 뽐냈다.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19에서 중국의 TCL 하이얼 스카이워스 하이센스 콘카 등이 8K TV를 대거 선보였다. 중국 콘카의 올레드 TV 모습.(사진=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19에서 중국의 TCL 하이얼 스카이워스 하이센스 콘카 등이 8K TV를 대거 선보였다. 중국 콘카의 올레드 TV 모습.(사진=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올 1월 CES에서 8K TV 데뷔전을 치른 하이얼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쯤 유럽 시장에 8K TV를 출시하기로 했다. TCL과 하이센스는 내년 초부터 8K TV를 시장에 정식 판매할 예정이다.

중국 기업의 거센 추격에 삼성과 LG도 신경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은 IFA에서 가장 먼저 가 볼 전시관으로 TCL과 하이센스를 꼽았다. LG전자의 홈어플라이언스&에어솔루션(H&A) 사업본부를 이끄는 송대현 사장도 하이얼 전시관을 먼저 둘러봤다.

IT·가전 시장 내 중국 기업 지위는 이미 추격자를 넘어 대등한 경쟁자로 올라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내년 1월 CES가 중국이 한국 기업을 앞지르기 시작하는 자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중국 기업은 막대한 자본과 수많은 기술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지금은 삼성과 LG가 중국 업체를 앞서고 있지만 추월 당하는 건 시간 문제"라며 "8K TV는 물론이고 스마트폰, 생활가전 등 모든 분야에서 중국 업체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내년 CES가 중국 업체의 진짜 무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를린=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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