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시점 따라 위험자산·안전자산 비중 조정하는 TDF 주목
직장인의 은퇴설계에서 퇴직연금의 비중은 상당히 크다. 하지만 대부분 목돈을 받으면 가게를 열거나 세계여행을 하겠다는 식의 막연한 꿈만 있을 뿐이다. 정작 퇴직연금이 어떻게 관리되는지 신경 쓰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다가 퇴직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야 적립금을 확인한 후 실망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특히 퇴직연금 중 자기 책임하에 운영하는 확정기여(DC)형과 개인형 퇴직연금(IRP)은 적립금 관리 및 인출 방식에 따라 노후에 수령 가능한 금액이 꽤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사전에 장기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한다면 후회할 가능성도 줄어들 것이다. 이를 위해 두 가지 포인트는 항상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첫 번째는 DC나 IRP는 적립금 운용 결과에 따라 연금 액수가 크게 좌우된다는 점이다. 자산 배분 방식은 각자의 투자성향이나 목표수익률에 따라 다양할 수 있다. 공통적인 법칙은 젊을 때는 주식 같은 고수익 투자상품 비중을 높여 공격적으로 운용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비중을 줄여 보수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쁜 직장인이 먼 미래의 노후자산 배분과 상품 선택까지 일일이 신경 쓰기는 쉽지 않다. 투자자산을 언제 사고팔아서 수익을 낼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데 전문가들조차도 어려운 일이다.

타깃데이트펀드(TDF)가 이런 고민의 대안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미 미국에서는 TDF 시장이 9000억달러 규모로 성장했다. 국내에서도 1조원을 넘어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TDF의 가장 큰 특징은 특정 시점(통상 은퇴 시점)을 설정해 놓으면 그에 맞게 위험자산(주식 등)과 안전자산(채권 등)의 비중을 조정해 준다는 것이다. 또 국내뿐 아니라 해당 운용사 전문가들이 다양한 지역에 분산투자해 수익의 가능성과 폭을 넓힌다. 상황에 따라 해외 채권이나 원자재 등 대체자산에도 투자한다.

TDF 상품을 고를 때는 상품명 뒤에 통상 붙는 ‘2030’ ‘2040’ 같은 숫자에 주목해야 한다. 예를 들어 ‘KB온국민TDF 2035’라는 상품은 2035년에 은퇴를 하는 직장인을 모델로 운용되는 구조다. 지금의 40대에게 맞는 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투자자는 은퇴 시점에 맞는 펀드에 가입해서 꾸준히 적립만 하면 되기 때문에 편리하다.

두 번째 포인트는 퇴직한 다음 퇴직연금을 일시금으로 받을지 아니면 연금으로 나눠 받을지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호도만 보자면 일시금이 앞선다. 금융감독원이 2017년에 퇴직급여를 수령한 계좌(55세 이상)를 조사한 결과 98.1%가 일시금으로 한꺼번에 돈을 찾았다. 연금으로 수령한 비율은 1.9%에 불과했다. 하지만 세금 부담을 감안하면 연금으로 받는 편이 유리하다. 정부가 퇴직연금을 연금 형태로 수령하면 세액의 30%를 감면해 주기 때문이다.

고액 연봉자이고 재직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다면 세금 부담이 만만치 않다. 2억~3억원을 훌쩍 넘는 퇴직금에 실효세율도 높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라면 절세 효과가 있는 연금 수령 방식이 유리하다. 만약 적립금이 3억원이고 퇴직소득세 실효세율이 10%라면 900만원(3억원×10%×30%)의 세금을 절약하는 셈이다. 연금 방식이라면 세금도 나눠 내므로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세금을 나중에 낼수록 이득이라는 의미의 과세이연 효과도 누릴 수 있다.

곽재혁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