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를 조직화한다'는 구글처럼 거대한 변화 이끌 '목적' 찾아라
미션과 비전, 핵심 가치를 포함하는 가치관 경영 교육에서 흔히 나오는 질문이 있다. ‘미션과 비전을 어떻게 구분해야 하는가’다. 그만큼 많은 회사에서 미션과 비전을 분명하게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듯하다. 이러면 미션과 비전이 제대로 살아 움직일 수가 없다.

살림 이스마일 등이 지은 책 《기하급수 시대가 온다》는 미션과 비전을 구분하지 않는다. 대신 ‘거대한 변화를 불러오는 목적’(MTP·massive transformative purpose)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한다.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열망을 아주 짧고 분명하게 표현하면서도 사람들의 머리와 가슴을 사로잡는 목적을 뜻한다. 예컨대 ‘세상의 정보를 조직화한다’는 구글의 목적이 대표적이다.

비바리퍼블리카는 2015년 2월 간편 송금 서비스인 토스로 사업을 시작해 불과 4년 만에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이 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다. 이 회사는 ‘금융을 쉽고 간편하게’라는 MTP를 두고 있다. 이 때문에 이 회사의 사업 영역은 간편 송금에 그치지 않는다. 신용 조회, 대출 중개, 소액 투자 등 금융의 불편함과 복잡함을 해결하기 위한 서비스로 확대되고 있다. 그래서일까. 토스 앱(응용프로그램)은 누적 다운로드 3000만 회를 넘어 ‘국민 앱’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렇다면 MTP는 실제 업무에서 어떻게 적용될까. 개인자산관리 서비스 뱅크샐러드를 운영하는 레이니스트에서 인터뷰를 하다가 겪은 일이다. 20대 중반을 갓 넘긴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아주 짧고 단호하게 회사의 가치관 실천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우리 회사의 목적은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결한다’”라며 “리더뿐만 아니라 구성원들은 어떤 일을 하든 ‘이 일은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결하는 것인가’라고 스스로 질문한다”고 했다.

이처럼 MTP를 잘 갖추면 경영에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우선 임직원의 관심이 조직 내부보다는 외부, 즉 고객으로 향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일을 시도할 때 우리 팀이 맡아야 할 역할이 맞는지 따지기에 앞서 “금융을 쉽고 간편하게 하는 일인가” “이 일은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결하는 일인가” 등을 자문한다면 효율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고객도 회사의 목적에 공감하고 동참할 가능성이 커진다. 복잡한 금융을 쉽게 바꾸는 일은 고객 자신에게도 꼭 필요한 일이다. 아울러 자신이 아이디어를 내면 주변 사람들도 편해질 수 있다. 이런 고객의 공감은 곧 채용 브랜드로 연결된다. 단순히 ‘잘 나가는’ 금융 앱을 개발하고자 하는 인재보다는 금융을 쉽게 만드는 일,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결하는 일에 도전하고 싶은 인재가 많을 것이다.

'정보를 조직화한다'는 구글처럼 거대한 변화 이끌 '목적' 찾아라
무엇을 상상하든 현실이 될 수 있는 디지털 시대다. 세계에 큰 변화를 주겠다는 목적이 더 이상 미친 사람의 상상으로만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임직원과 고객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미래 기업가를 꿈꾸는 청년부터 대규모 기업 최고경영자(CEO)까지 세상을 변화시킬 거대한 목적, MTP를 찾아보면 어떨까.

그 전에 당장 현재의 미션과 비전부터 다시 살펴보자.

김용우 <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