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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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B하나은행이 베트남 자산 규모 1위 은행인 국영상업은행(BIDV)의 지분 15%를 1조249억원을 들여 인수했다고 22일 밝혔다. BIDV는 증권사, 보험사, 자산관리회사 등을 보유한 베트남 최대 은행으로 지난해 총자산 66조3000억원, 순이익 3809억원을 기록했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신남방 대표국가 베트남에서 금융 한류를 주도할 계획"이라며 "관계사들과의 다양한 협업을 통해 금융비즈니스 기반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국내 시중은행의 베트남 공략이 가속화되고 있다. 정부의 신남방 금융 정책이 계속되는 가운데 신한·KB국민·하나·우리은행의 영토확장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국내은행이 베트남에서 벌어들인 순이익은 1억3180만달러로 전년(6100달러) 대비 120% 가량 성장했다.

1993년 베트남에 진출한 신한은행이 가장 적극적인 모양새다. 신한베트남은행은 지난해 966억원의 순이익을 베트남에서 벌어들였는데 이는 2017년 470억원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신한금융그룹 전체로 보면 순이익은 1244억원으로 늘어난다. 전체 글로벌 순이익(4755억원)의 26%에 해당한다.

1월 진행된 베트남 푸르덴셜파이낸스(現 신한베트남파이낸스, SVFC) 지분 100% 인수도 마찬가지다. 신한금융은 소비재, 자동차 할부금융 등 SVFC가 보유한 비은행 부문을 활용해 카드 사업을 확장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KB국민은행도 적극적이다. 호치민과 하노이 지점을 운영하고 있는 KB국민은행은 베트남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의 여·수신과 수출금융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전담 조직을 결성해 온라인뱅킹 등을 활용한 리테일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베트남 자산 규모 1위 은행의 지분을 확보한 KEB하나은행은 사업 기반을 확대해 수익원 다변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KEB하나은행도 그동안 한국계 베트남 진출 기업의 여·수신 업무를 주로 담담했지만 이번 인수를 계기로 BIDV의 네트워크를 활용한 기업대출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BIDV는 대출자산의 70%를 기업에 제공하고 있으며 베트남 전역에 지점과 사무소 1000여개, ATM 5만8000개 등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전략도 비슷하다. 호치민과 하노이 지점을 운영하고 있는 우리은행은 기업금융과 함께 현지 리테일 시장에 본격 진출하고자 최근 현지법인 설립을 추진했다. 현재 9개의 지점이 운영되고 있는데 기업에서 리테일 고객, 한국 고객에서 현지 고객으로 영업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2분기 베트남 경제성장률이 6.7%로 고속 성장을 이어가는 만큼 국내 은행의 베트남 진출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제조업과 도시 인프라 구축을 위한 건설·전기 사업이 여전히 10% 넘는 고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투자 가치가 충분하다고 말한다.

이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베트남이 미중 무역분쟁의 최대수혜국으로 지목되면서 미국의 제재 대상으로 거론되기도 했지만 2분기 시장 전망치(6.6%)를 상회하는 경제성장률(6.7%)를 기록하면서 건재함을 과시했다"면서 "베트남은 아시아 내에서 한국과 싱가포르를 제외하고 EU와 FTA를 맺은 유일한 국가로 글로벌 생산기지로서 역할이 확고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