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대만산 원료로 가공한 국내업체 제품 대상…"중장기 대책도 마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일본 정부의 대(對)한국 소재 수출 규제에 대응해 핵심 소재의 국산화를 비롯한 대체 조달 방안을 집중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17일 알려졌다.

그러나 양국 소재 기술의 격차로 인해 생산공정에 당장 적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대안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이날 "국내 반도체, 디스플레이 생산업체들이 국산 불화수소 등의 품질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이전에도 이런 노력은 계속 있었지만 최근 사태로 속도를 높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테스트하는 것은 대부분 중국이나 대만 등에서 핵심 원료를 수입한 뒤 이를 가공·생산하는 국내 업체들의 소재 품목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일본 닛케이도 전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일본산 외의 불화수소에 대한 품질 테스트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한 뒤 "삼성은 품질과 납기에 철저한 일본 기업과의 관계를 중시했으나 이번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로 인해 생각이 바뀌었다"고 보도했다.
삼성·SK "핵심소재 국산화 테스트 중…공정 적용은 난망"
다만 "일본산 외의 제품을 사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판단은 2∼3개월가량 걸릴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테스트 결과 국내 업체가 생산한 핵심 소재가 일본 제품과 상당한 품질 격차가 있으며, 이를 채택하더라도 실제 적용까지는 최소 3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수십년간 기술을 축적해온 일본 업체를 당장 대체할 수 있는 국내 기업을 찾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그러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중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산화 테스트는 말 그대로 테스트일 뿐이며, 상황이 더 악화할 것에 대비해 여러 경로를 통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태와 관련,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7일부터 12일까지 도쿄(東京)에 머물면서 대응 방안을 모색했으며, SK하이닉스 김동섭 대외협력총괄 담당 사장도 일본의 원자재 협력업체들을 방문하기 위해 지난 16일 출국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