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금리인하 가능성을 제시했다. 기준금리 인하는 없다던 기존 입장에서 한 걸음 물러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이날 한은 창립 제69주년 기념사에서 통화정책과 관련해 "최근 미중 무역분쟁, 반도체 경기 등 대외 요인의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진 만큼 그 전개 추이와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경제상황 변화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해 나가야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를 낮출 상황이 아니라던 발언에서) 입장 변화가 없다”고 말하며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와 거리를 뒀던 것과 온도 차가 드러나는 발언이다. 당장 금리인하를 추진하지는 않더라도 상황에 따라 검토할 수 있다는 의미다.

금융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지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지난 4월 25일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고 발표된 이후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줄곧 기준금리(연 1.75%)를 밑돌고 있다. 이달 들어서는 만기 10년 이상 장기 국채 금리도 기준금리 밑으로 떨어졌다.

금리인하를 주문하는 정책제언도 쏟아지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달 경제전망 보고서를 내며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에 통화당국도 보조를 맞출 것을 권고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도 한국에 완화적 통화정책을 주문했다.

지난달 31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조동철 금통위원은 기준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내놨다. 당시 이 총재는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시장은 소수의견 출현을 인하 징후로 해석했다. 한국처럼 중국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호주도 지난 4일 연 1.5%에서 동결해온 기준금리를 연 1.25%로 낮추며 통화완화 행렬에 동참했다.

한은이 금리 인하한 것은 2016년 6월(연 1.25%)이 마지막이다. 2017년 11월과 지난해 11월 한 차례씩 금리를 올렸다. 3년 만에 정책기조 전환 가능성이 나온 셈이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