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에어 노동조합이 11일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전날 한진칼 전무로 경영에 복귀한 것을 비판하며 "경영복귀를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조 전 전무는 작년 4월 이른바 '물컵 갑질' 논란으로 경영에서 물러나기 전까지 진에어 부사장으로도 일했다.진에어 노조는 이날 오후 성명을 내고 "조 전 부사장의 한진칼 경영복귀에 2천여 직원들은 하늘이 무너지는 참담한 심정이다.진에어 사태에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는 총수 일가에 배신감을 넘어 깊은 분노와 좌절은 느낀다"고 말했다.노조는 작년 4월 '물컵 갑질' 논란에 이어 조 전 부사장이 외국인 신분으로 진에어 등기이사에 올라 진에어가 면허취소 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하면서 "전 직원이 뛰쳐나가 면허취소는 막아냈으나 이후 전대미문의 국토교통부 제재가 1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진에어가 제재 고통을 받는 이유는 조 전 부사장의 등기이사 재직과 총수 일가의 갑질"이라고 날을 세웠다.노조는 "노조와 회사가 제재 해소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 최선을 다하며 국토부 결정만 기다리는 상황에서 진에어 사태의 장본인이 지주회사 한진칼 임원으로 복귀했다.이는 진에어 전 직원의 희망을 처참히 짓밟는 끔찍한 처사"라고 말했다.노조는 국토부가 진에어에 대한 면허취소 대신 제재 결정을 내린 근거로 '갑질 경영'을 꼽은 것을 언급하며 "국토부 제재 해제의 전제는 갑질 근절과 진정한 경영문화 개선인데, 그동안 문제의 책임자인 총수 일가는 어떤 노력도 하지 않고 오히려 직원들의 염원을 수포로 만들어 버리고 있다"고 비판했다.노조는 조 전 부사장의 경영복귀가 진에어 경영을 위한 포석이라며 경영복귀를 즉각 철회하라고 주장했다.노조는 "조 전 부사장이 진에어 지분 60%를 보유한 1대 주주인 한진칼 전무로 복귀한 것은 진에어를 다시 경영하려는 꼼수다.외국인 신분으로 진에어를 직접 경영할 길이 막히자 우회적으로 진에어를 소유하겠다는 의도를 보인 것"이라고 주장했다.노조는 조 전 부사장을 향해 "진에어 사태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사과도 없이 17억원의 퇴직금을 챙겨 나간 무책임하고 부도덕한 경영자"라며 "총수 일가는 진에어 직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국토부 제재를 책임지고 해소하라"고 촉구했다./연합뉴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36·사진)가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지난해 4월 ‘물컵 갑질’ 사건 이후 1년 2개월 만이다.하지만 대한항공직원연대(직원연대)와 대한항공 계열 저비용항공사(LCC) 진에어 노동조합(노조)이 조 전 전무의 복귀 철회를 요구하는 등 강하게 반발, 내홍이 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11일 업계에 따르면 조 전 전무는 지난 10일 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전무 겸 정석기업 부사장으로 선임됐다. 그는 그룹 사회공헌활동과 신사업 개발 등을 책임진다. 또 부동산과 건물 등의 관리 업무를 도맡고 있는 정석기업 경영에 참여하게 됐다.그룹 측은 조 전 전무가 수사받은 각종 혐의에 대해 검찰에서 ‘무혐의 및 공소권 없음’ 처분을 받은 만큼 법적으로 경영 복귀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그러나 진에어 노조 등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진에어는 조 전 전무의 물컵 갑질과 등기이사 재직으로 면허 취소의 위기를 겪었다”며 “경영 복귀를 즉각 철회하라”고 주장했다.이들은 “국토교통부 제재 해소를 위해 최선을 다 해왔다”며 “미래를 꿈꾸는 중요한 시기에 진에어 사태를 일으킨 장본인이 임원으로 복귀했다”고 지적했다.이어 “진에어가 고통받고 있는 궁극적 이유는 조 전 전무의 등기이사 재직, 총수일가의 갑질”이라며 “이런 사실을 알고서도 복귀시킨 것을 진에어 직원과 온 국민이 납득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대한항공 직원연대도 전날 “조 전 전무의 복귀는 사회적 책임이나 직원들의 요구와는 전혀 상관없이 기득권을 회복하기 위한 수순”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직원연대는 성명을 통해 “조 전 전무가 던진 물컵으로 인해 대한항공과 한진칼은 불가능할 정도의 기업 이미지 및 미래 가치에 엄청난 손실을 입었다”며 “그럼에도 경영 일선에 복귀하는 것은 ‘국민 알기를 우습게 아는구나’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 일”이라고 주장했다.또 “법적으로 무혐의를 받았으나 그 어떤 반성이나 진정성이 느껴지는 사과 한번 한 적 없다”면서 “그가 지주회사 경영진이 된다는 것은 윤리경영과 사회적 책임경영을 주장하던 민낯이 여실히 드러나는 행태”라고 덧붙였다.일각에서는 조 전 전무의 경영 복귀는 그룹 경영 참여를 선언해 유명해진 사모펀드(PEF) 운용사 KCGI(일명 강성부 펀드)를 방어하기 위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KCGI는 지난해 11월 한진칼 경영 참여를 선언한 뒤 신용등급 개선과 경영 효율화 등을 요구하며 지분을 늘려왔다. 지난달 28일에는 한진칼 지분을 기존 14.98%에서 15.98%로 확대하기도 했다.조양호 회장(17.84%) 등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지분율은 28.93%다.한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 3일 기자간담회에서 한진가(家) 경영권 분쟁과 상속 문제에 대해 “많은 협의를 하고 있는 중”이라며 “다만 아직 합의를 마쳤다고는 말 못 하지만 잘 진행되는 중인 만큼 결과를 지켜봐달라”고 언급한 바 있다.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
14개월 만에 한진그룹 경영 일선에 복귀한 조현민 한진칼 전무 겸 정석기업 부사장(36·사진)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조 전무는 11일 오전 7시 50분쯤 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본사가 있는 서울 소공동 한진빌딩으로 출근했다. 이날 출근길에 그는 경영 복귀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오빠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44)등 가족 간 상속과 경영 승계 문제 협의가 잘 이뤄졌느냐는 질문엔 “네”라고 짧게 답했다. 경영 복귀가 조 회장 등 오너가(家)의 협의를 통해 이뤄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조 회장은 지난 3일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서울 총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상속 문제에 대한 이견이 있음을 인정하면서 “가족과 많이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전무는 신사업 개발과 사회공헌 등 그룹 마케팅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최고마케팅책임자(CMO)를 맡는다.재계에선 조 전무가 고(故) 조양호 회장의 재산 상속 과정에서 적지 않은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가 서울 소공동 한진빌딩과 인천·부산 정석빌딩을 보유한 그룹 내 부동산 관리업체인 정석기업의 부사장도 함께 맡았기 때문이다. 부동산 등 자산이 많은 정석기업은 상속세 마련을 위한 매각 대상으로 꼽혀왔다.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