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은 가깝고도 먼 나라였다. 1992년 단교 이후 오가는 사람이 크게 줄었다. 해외여행 자유화가 전면 허용된 지 몇 년 안 돼서였다. ‘자유중국’이라 불렸지만 그곳에 다녀온 한국인은 드물었다. ‘대만 음식’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고유한 음식문화가 있었지만 사람들은 중국과 한데 묶어 생각했다.

수년 사이 달라졌다. 대만을 방문하는 한국인이 크게 늘었다. 여행객들은 현지 입맛까지 국내로 가져오는 역할을 했다. 디저트를 중심으로 현지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국내 시장에 주목했다. 대만 현지 유명한 외식 맛집도 국내에 점포를 열었다. 대만 음식이 몰려오고 있다.

흑당 버블티
흑당 버블티
공차가 부른 대만 디저트 열풍

서울 강남역 11번 출구로 나와 좀 걷다 보면 주말마다 길게 늘어선 줄을 볼 수 있다. 이들은 4900원짜리 흑당 버블티 한 잔을 먹기 위해 줄을 선다. 타이거슈가는 요즘 강남에서 가장 핫한 곳으로도 불린다. 지난 3월 서울 홍대에 1호점을 열었고, 강남과 명동에도 점포를 내며 확장하고 있다. 대만에서 건너온 타이거슈가의 인기는 흑당 버블티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타이거슈가뿐만이 아니다. 젊은이들이 많이 가는 지역에서 가장 빨리 늘어나는 프랜차이즈 가운데 하나가 ‘흑당 버블티’다. 흑당은 흑설탕을 은근한 불에 달여 캐러멜과 비슷하게 만든 사탕수수당이다. 흑당 버블티는 대만의 전통 음료인 버블티에 흑당을 넣어 제조한다. 2017년부터 대만 현지에서 디저트로 유행하기 시작했다. 대만에서 인기를 얻은 이들은 한국으로 눈을 돌렸다. ‘더앨리’ ‘타이거슈가’ ‘쩐주단’ 등이 대만에서 건너온 흑당 버블티 브랜드다. 이들 업체는 지난해부터 서울, 부산 등 대도시 번화가에 매장을 선보이고 있다. 이 영향으로 흑당 버블티를 전문으로 파는 국내 프랜차이즈도 생겨났다.

흑당 버블티·대왕 연어초밥·홍루이젠 샌드위치…모두가 '대만 민족' 이었어
대만 음료가 들어오는데 가장 큰 역할은 한 회사는 공차다. 원조 격인 ‘공차’의 성공은 ‘한국은 해볼 만한 시장’이라는 메시지를 던져줬다. 공차는 2011년 국내에 처음 소개됐다. 국내 매장 수는 2015년 362개로 불어났다. 2017년 한국법인이 아예 본사를 인수했다. 국적이 대만에서 한국으로 바뀐 것. 매장 수는 지난해 말 기준 448개였다. 대만 공차 매장 수는 그 10분의 1에 못 미치는 33개다. 공차의 성공 신화를 좇아 한국으로 왔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한국 소비자의 요구와도 맞아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커피 이외에는 마땅한 음료 프랜차이즈가 없던 환경에서 공차가 등장하면서 소비자들은 새로운 디저트에 눈뜨게 됐다”며 “이전엔 없던 수요가 생겨나자 대만 업체들이 국내로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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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서 돌아와 현지 먹거리 찾아

대만 여행객이 늘어난 것도 대만 먹거리가 유행하게 된 배경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대만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은 102만 명이다. 5년 전 35만여 명에서 세 배 가까이 뛰었다. 저비용항공사(LCC) 덕분에 가까운 해외 국가로의 여행이 일상화된 영향이다. 대만은 야시장 등 보고 즐길 거리가 풍부하다.

삼미식당
삼미식당
여행에서 돌아온 사람들이 현지에서 즐겼던 밥집을 국내에서도 찾고 있다. 강남에 문을 연 연어 초밥 전문점 ‘삼미식당’은 한국인 사이에서 대만 여행 시 꼭 들러야 할 시먼 지역 맛집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이곳을 방문했던 사람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대왕 연어 초밥’ 인증샷을 올리며 유명해졌다. ‘딘타이펑’은 타이베이 시내에 본점을 둔 딤섬 전문점이다. 미쉐린 가이드에 이름을 올리며 유명해진 곳으로 일찌감치 한국인들의 관광 코스로 꼽혔다.

홍루이젠
홍루이젠
‘가성비’도 대만의 먹거리가 국내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다. 대만 샌드위치 브랜드 ‘홍루이젠’은 주요 메뉴 가격을 1700~1900원 사이로 책정했다. 누구나 한 번씩은 사먹을 수 있는 부담 없는 가격대로 시장을 공략했다. 지난해 3월 첫 매장을 연 이후 현재 매장 수는 전국 240개가 넘는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