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식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이사장(왼쪽)이 22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수요포럼 1000회를 맞아 강연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강경식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이사장(왼쪽)이 22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수요포럼 1000회를 맞아 강연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민간경제 싱크탱크인 국가경영전략연구원(NSI)이 1992년부터 매주 수요일 진행해온 정책토론회 ‘수요포럼’이 22일 1000회를 맞았다. 수요포럼은 지난 28년간 정부 정책 입안자와 기업 최고경영자(CEO), 각계 전문가 간 활발한 논의를 이끌어 국가 경제 전략 수립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NSI 설립자이자 이사장인 강경식 전 부총리가 이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1000회 기념 수요포럼’의 특별 강연자로 나섰다.

외환위기 때 김영삼 정부에서 부총리를 지낸 강 이사장은 이날 “정부는 기득권 세력의 편에 서서 새로운 변화와 시도 움직임을 저지해선 안 된다”고 쓴소리를 했다. 현행 제도와 틀의 보호 아래에 있는 이해관계자들의 반발 때문에 신산업을 위한 규제 개혁에 정부가 주저하고 있는 모습을 꼬집은 것이다.

“정부의 기득권 편들기가 문제”

강 이사장은 강연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 뉴노멀(새로운 표준·기준)에 적합한 방향으로 경제 산업 전반을 전환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정부는 기득권 세력 편을 들어 새로운 변화를 저지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변화의 편에 서서 패러다임 전환을 촉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급 측면은 경쟁을 촉진하고 소비 쪽은 자유로운 선택의 폭을 넓히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스마트헬스케어, 공유경제, 빅데이터 등의 규제 장벽이 높아 신산업 발전이 더디다. 이는 정부가 신산업 발달로 피해를 보는 기존 산업 이해관계자를 보호하는 데 급급해 진입 장벽 완화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라는 게 강 이사장의 지적이다. 공정거래 정책 역시 ‘경쟁 촉진’에 무게를 더 실어야 한다는 주문이 이어졌다. 강 이사장은 “선행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은 독점규제라는 말을 빼고 경쟁촉진법으로 바꿔야 한다”며 “완전 개방 시대에 국내 독과점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독점규제를 명분으로 시장에 지나치게 개입하려 하는 점을 돌려 비판한 것이다.

저출산 고령화로 나타나는 사회 변화도 짚었다. 강 이사장은 “젊을 때 공부하고 청장년 때는 일하고 노년에는 은퇴하는 삶의 기본 틀이 평생 학습, 평생 현역 개념으로 바뀌고 있다”며 “변화에 맞춰 정년제 폐지, 연금제도·교육 개혁 등의 논의를 빨리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고령화로 급증하는 재정 부담을 낮추려면 복지는 사회적 최소 수준만 정부가 보장하고 나머지는 선택의 자유와 수익자 부담 원칙을 기본으로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1000회 맞은 수요포럼

토론회에선 수요포럼의 역사를 돌아보는 시간도 마련됐다. 강 이사장은 “1990년대 냉전체제 붕괴 이후 우리 경제 산업과 기업의 국가 경쟁력 확보 전략을 마련하자는 취지로 포럼을 만들었다”며 “국내 포럼으론 전례 없이 1000회까지 기록한 데 대해 뜻깊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수요포럼은 정부 부처 실장·국장, 기업 CEO, 전문가 등이 경제 사회 정책 방향에 대해 터놓고 의견을 나누는 토론회다.

연구원에 따르면 수요포럼엔 1000여 명의 사회 지도급 인사와 전문가가 강연자로 나섰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김황식·이해찬 전 국무총리, 리처드 세일러 미국 시카고대 교수(2017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등 굵직한 인사들이 거쳐갔다. 28년간 참석한 청중은 8만 명에 이른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