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가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사업 컨트롤타워인 한국조선해양 본사를 울산에 둘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본사 울산)과 대우조선해양(경남 거제) 현대삼호중공업(전남 영암) 현대미포조선(울산) 등 그룹 조선사의 중간지주회사로 연구개발(R&D)과 엔지니어링 전문 회사다. 지방 광역단체가 기업의 본사 위치를 놓고 왈가왈부하는 건 과도한 경영 개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송철호 울산시장은 7일 담화문을 내고 “현대중공업은 지난 46년간 울산에 본사를 두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면서 “현대중공업의 진정한 본사인 한국조선해양은 반드시 울산에 존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중공업은 오는 31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중간지주사(존속법인)인 한국조선해양과 사업회사(신설법인)인 현대중공업으로 분할한다. 현대중공업산하 4개 조선사를 거느린 한국조선해양은 그룹 서울 사무소가 있는 서울 계동에 본사를 둘 계획이다. 울산시는 R&D 인력과 경영지원본부 인력 등 400~500명이 서울 계동으로 이삿짐을 싸 지역 경제가 악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 시장은 “코카콜라(미국 애틀랜타)와 포스코(경북 포항)처럼 기업을 태동시킨 도시에 본사를 두는 기업이 적지 않다”며 “지역과 함께 성장해 온 현대중공업의 사회적 책임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울산시가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현대중공업은 분할 후에도 생산시설이 울산에 그대로 있는 만큼 한국조선해양 본사 위치를 놓고 본사 이전이라 주장하는 것은 억지라는 견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그룹 조선사업의 투자와 엔지니어링 등을 담당하는 한국조선해양은 R&D 인력 유치 뿐만 아니라 조선 계열사들의 전문성과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라도 서울에 본사를 두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전국 4곳에 나뉜 조선사의 컨트롤타워를 특정지역(울산)에 배치하면 인수를 추진 중인 대우조선해양과의 역차별 논란도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조선해양 인력은 현대중공업 전체 인원 1만5000여명 중 500여명 수준으로, 이마저도 울산에서 서울로 근무지를 옮기는 인원은 100여명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