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 전·현직 회장단은 29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의 강압적인 기업 조사방식을 개선해달라고 촉구했다. 오른쪽부터 제프리 존스 한국로날드맥도날드하우스 회장(전 암참 회장), 제임스 김 암참 회장, 데이비드 럭 암참 부회장(유나이티드항공 한국지사장).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가 공정거래위원회의 후진적인 기업 조사 방식 및 절차를 개선해달라고 정부에 공식 요구했다.제임스 김 회장과 제프리 존스 이사회 회장 등 암참 경영진은 29일 서울 여의도 암참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행 점검표’라는 이름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올해 1월 개정 한·미 FTA 발효를 계기로 암참 회원사가 8개 분야 한·미 FTA 주요 항목을 평가한 내용을 담았다.암참은 보고서에서 ‘경쟁 및 공정거래’ 분야에 대해 “일부 글로벌 기업이 공정위로부터 불필요하고 강압적인 조사 방식으로 표적 감사를 받고 있다”며 “조사 대상 기업에 사전 통지도 하지 않고 변호사 참석도 불허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공정위 내부 가이드라인에도 배치되는 조사 방식”이라고 비판했다.암참은 공정위 직원을 대상으로 조사 방식 및 절차에 대한 내부 교육을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적법한 절차 없이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채택하지 않는 ‘형사소송법상 위법수집증거 배제의 원칙’을 공정거래법 체계에 도입할 것을 촉구했다. 존스 회장은 “미국 법무부와 연방거래위원회 등에도 이런 의견을 설명했다”며 “미국 정부도 한국의 관련 부처에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암참 경영진은 2017년 말 김상조 공정위원장과의 간담회에서도 이런 불만을 전달했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도 똑같이 느끼는 문제점”이라며 “공정위가 국내외 기업이 모두 반발하는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을 추진하기에 앞서 직원 교육부터 똑바로 시켰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암참은 이번 보고서에서 경쟁 및 공정거래 분야를 비롯해 화학, 정부조달, 제약·의료기기 등 4개 분야에 대해 ‘제도 개선 필요’ 의견을, 디지털 무역과 금융서비스에 대해 ‘우려’ 의견을 제시했다.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국내 주요 그룹의 총수가 대거 바뀔 전망이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다음달 초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을 발표한다. 이들 그룹을 대표하는 ‘동일인(총수)’도 지정한다. 정부가 공식 인정하는 총수로, 그룹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기업인이다. LG(구본무) 두산(박용곤) 한진(조양호) 등의 총수가 바뀔 가능성이 크다. 타계한 기존 총수를 대신해 각각 구광모 박정원 조원태 회장이 뒤를 이을 것으로 예상된다. 총수가 퇴진한 금호아시아나(박삼구)와 코오롱(이웅열) 그룹의 ‘얼굴’이 바뀔지도 관심사다. 자산 매각과 인수합병(M&A) 여파로 주요 그룹의 재계 순위 변동이 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구광모·박정원·조원태 새 총수 지정 유력…금호·코오롱도 바뀔지 관심매년 5월 1일께 공정거래위원회 기자실엔 ‘대기업집단 지정 현황’이란 제목의 두툼한 보도자료가 배포된다. 공정거래법에 따라 정부가 공식 인증한 한국의 ‘대기업’ 명단이다. 최근 재계의 관심은 보도자료에 들어가는 동일인(그룹을 사실상 지배하는 총수) 명단에 쏠리고 있다. 작년엔 삼성, 롯데그룹의 동일인이 바뀌었다.올해는 LG 등 주요 그룹 동일인이 대거 변경될 전망이다. 최근 1년 새 총수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거나 별세한 그룹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이해득실 파악에 분주하다. 동일인이 변경되면 특수관계인 범위가 바뀐다. 지분 관계에 따라 공정거래법상 규제를 받는 계열사들도 달라진다.신규 동일인 8일께 발표28일 정부와 재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다음달 8일께 ‘2019년 대기업집단 지정 현황’을 발표한다. 대기업집단 지정 자료엔 자산총액(직전 사업연도 말 기준)이 10조원 이상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하 출자제한집단)과 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이하 공시집단)의 경영 현황이 포함된다. 재계 관계자는 “매년 5월 1일께 공정위가 자료를 배포했지만 올해는 일부 그룹의 자료 제출이 늦어졌다”고 말했다.과거 재계의 관심은 ‘어떤 그룹이 대기업집단에 들어가는지’에 쏠렸다. 공정거래법의 강력한 규제를 새로 적용받기 때문이다. 공시집단 소속 기업엔 대규모 내부거래, 비상장 회사의 중요사항 등에 대한 공시 의무가 부여된다. 출자제한집단엔 상호출자·순환출자·채무보증 금지 등 공정거래법상 규제가 추가된다.최근 관심은 ‘기업집단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자’를 뜻하는 ‘동일인’ 변경 여부에 집중된다. 주요 그룹에서 창업주나 2세의 퇴진과 3세 등장이 잦아져서다. 작년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1)이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삼성그룹 동일인에 이름을 올렸다. 롯데그룹에선 신동빈 회장이 신격호 명예회장을 대신했다.재계 총수에 40~50대 대거 진입올해는 LG, 두산, 한진, 코오롱그룹 등의 동일인이 바뀔 전망이다. LG그룹은 고(故) 구본무 회장을 대신해 구광모 LG그룹 회장(41)이 동일인으로 지정되는 게 유력하다. 기존 동일인이었던 박용곤 명예회장과 조양호 회장의 별세로 박정원 두산 회장(57)과 조원태 한진 회장(44)이 신규 동일인 명단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도 크다. 주요 그룹 총수에 40~50대 젊은피가 수혈되는 것이다.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49)이 동일인으로 지정될지도 관심사다. 정 수석부회장이 지난해 9월 이후 현대차그룹의 인사와 경영을 도맡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식 직위, 소유구조 정점에 있는 회사에 대한 영향력 등을 심층적으로 검토한 뒤 기업과 긴밀하게 협의해 동일인을 지정한다”고 설명했다.동일인은 공시 및 보고 책임져야기업들은 동일인 변경에 따른 이해득실을 따지느라 바빠졌다. 동일인은 회사의 일반 현황, 주주 및 임원 구성, 특수관계인 현황, 주식 소유 현황 등 공정위에 제출하는 자료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만만한 일이 아니라는 게 재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서류 ‘고의 누락’ 등이 드러나면 동일인은 검찰에 고발되거나 벌금을 물어야 한다. 지난해 해외계열사 신고 누락으로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에게 1억원의 벌금형이 내려졌다.동일인이 바뀌면 특수관계인(배우자, 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이 달라진다.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에 따라 계열사 등도 변경된다. 파장은 적지 않다. 공정위는 ‘총수 일가 사익편취’를 금지하는 공정거래법 23조2항에 따라 동일인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30% 이상인 상장사(비상장사 20%)를 규제한다. 동일인과 특수관계인이 바뀌면 규제 대상이 아니었던 계열사가 새로 포함될 수 있다.4대 그룹 순위 변동 가능성2006년 이후 재계 순위는 1위 삼성, 2위 현대차, 3위 SK, 4위 LG 구도가 굳어져 있다. 올해는 SK가 현대차를 제칠 수 있을지, 5위 롯데가 4위 LG를 밀어낼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업계에 따르면 2, 3위 차이는 2017년 말 기준 33조2000억원에서 작년 9월 말 기준 7조원대(현대차 220조6000억원, SK 213조2000억원)로 좁혀졌다. 금호아시아나그룹(자산 11조9000억원)은 아직 아시아나항공(자산 약 6조9000억원) 매각이 완료되지 않은 만큼 다음달 발표에선 출자제한집단 소속을 유지할 전망이다.하지만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완료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공정거래법 시행령 3조2항을 보면 총자산 10조원 이상이던 그룹의 총자산이 7조원 이하로 줄어들면 출자제한집단 지정이 해제된다. 만약 3조5000억원 밑으로 곤두박질치면 공시집단에서도 제외된다.장창민/황정수/강현우 기자 hjs@hankyung.com
한국법제연구원 과징금 부과 비교법적 연구 결과공정위 "제도 개선 위해 공청회 등 의견수렴에 나설 것"'경제 검찰'인 공정거래위원회가 입찰 담합 등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기업에 부과하는 과징금에 대한 제도 변화가 예고돼 주목된다.과징금에 제재적 성격을 강화해 금액을 훨씬 더 키우거나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 기업 규모에 따라 차등 부과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26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한국법제연구원은 공정위 의뢰로 작년 말 '경쟁법 위반 행위에 대한 과징금 제도의 비교법적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공정위는 이 내용을 토대로 제도 개선을 검토 중이며, 조만간 공청회를 여는 등 의견수렴에도 나설 예정이다.현재 공정위의 과징금은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한 관련 매출액을 기초로 기본과징금을 산정하고 1차로 위반행위의 기간, 횟수 등에 따라 과징금 규모를 정하고 2차로 고의나 과실 등을 고려해 추가 조정하고 나서 마지막으로 현실적인 부담능력 등을 감안해 최종 금액이 산정된다.하지만 우리나라의 과징금이 부당이득에 대한 환수의 성격을 강조하고 있어 일부 대형 사건에서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과징금이 부과돼 논란이 일기도 한다.과징금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구분하지 않고 동일한 부과율을 적용하고 있어 형평성에 대한 지적도 제기된다.2013년 이후 공정위의 자의적인 과징금 행사를 막기 위해 과징금 고시 개정을 통해 공정위의 재량권이 축소됐는데, 과징금 등 결과가 너무 뻔하다 보니 조사받는 기업들이 이를 악용하는 경우도 생긴다.이에 과징금 부과 과정에 더욱 많은 고려 사항이 반영될 수 있도록 부과 체제를 유연하게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우선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공정거래법 위반에 부과되는 과징금에 제재적 성격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연구원은 "우리나라의 과징금은 다른 해외 국가들과 달리 부당이득에 대한 환수의 성격을 강조하고 있어 부당이득 이상의 제재가 필요한 사건에서 구체적인 타당성을 기할 수 없고 부당이득 산정 자체가 어려운 사건에서도 과징금을 산정하는 데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이와 비교해 유럽연합(EU), 영국, 독일, 미국 등은 제재적 요소에 초점을 맞춰 제재금을 부과하고 있어 불법 예방효과를 높이기 위해 필요하면 제재금 수준을 조정하고 행위자의 비난 가능성이나 처벌 민감도 등을 적절하게 반영할 수 있다고 연구원은 설명했다.우리나라도 적절하고 타당한 수준의 과징금을 부과하기 위해 해외와 마찬가지로 과징금의 제재적 성격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연구원은 제언했다.이와 함께 연구원은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에 재량권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경쟁당국의 과징금 산정 과정에 재량권을 부여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며, 과징금의 부과를 경직화하는 것은 개별사건의 구체적인 특성을 무시하는 과징금 산정을 초래할 수 있다고 연구원은 이어나갔다.연구원은 "기업이 과징금 수준을 계산할 수 있게 되면 예상수익과 과징금을 비교해 예상수익이 큰 경우 오히려 법 위반을 하게 될 수도 있다"고도 했다.연구원은 "과징금 부과에 대한 공정위의 재량권을 축소하기보다는 공정위 담당자가 과징금 액수를 도출하기 위해 어떤 부과기준율을 선택했고 왜 그와 같은 가중 또는 감경 사유를 선택했는지 등을 상세히 설명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연구원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대한 과징금 부과 기준도 차별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연구원은 "담합의 경우 담합에 의한 가격의 인상폭은 기업규모 등에 좌우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영업이익률의 차이가 있으며, 기업규모를 구분하지 않고 일정한 부과기준율을 동일하게 적용하면 중소기업에 상대적으로 더 큰 경제적 부담이 부과된다"며 "중소기업에는 상대적으로 낮은 부과기준율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과징금 가중·경감 요소도 다양화해야 한다고 연구원은 주장했다.연구원은 "법 위반을 반복한 경우, 조사거부 또는 조사 방해를 한 경우, 위반행위를 주도하거나 교사한 경우, 이사진 또는 고위 경영진이 개입한 경우, 조사가 시작된 이후에도 위반행위를 한 경우, 동일하거나 유사한 행위에 대해 경고 또는 조언을 받았음에도 법을 어긴 경우 등은 과징금 가중 사유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감경 사유로는 과실에 의한 위반이거나 관여도가 낮은 경우, 다른 사업자의 협박이나 강압 때문에 법 위반이 이뤄진 경우 등이 제시됐다.공정위 관계자는 "과징금 부과 제도의 개편을 고려하고 있으며, 연구 결과를 토대로 공청회 등을 열어 의견수렴 등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