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경기악화 직격탄…삼성전자·SK하이닉스 빼면 매출액 늘어
자동차산업 나홀로 실적 개선…석유화학·철강업도 이익 급감
상장 대기업 1분기 실적 '비상'…외형은 정체·수익성은 악화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라 주요 상장사들이 외형 성장이 정체되고 수익성이 나빠진 1분기 성적표를 내놨다.

28일 주요 기업이 발표한 1분기 실적을 중간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 2개사의 영업이익이 60%대 급감하면서 전체 기업의 수익성까지 '반토막'에 가까운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정보 전문기관 연합인포맥스의 분석 결과 코스피(KOSPI) 200 편입 종목 가운데 26일까지 1분기 영업실적 잠정집계를 공시한 40개사(금융업 제외)의 매출액은 모두 222조8천159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40개사의 1분기 영업이익 합계는 15조5천26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5% 급감했다.

이는 40개사의 영업이익에서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2개사의 영업이익이 각각 60.4%, 68.7% 급감한 영향이 컸다.

이들 2개사를 제외한 38개사의 1분기 영업이익은 7조9천602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1.8% 감소에 그친다.

또한 38개사의 매출액 합계는 164조432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3.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아울러 40개사의 영업이익률은 6.97%로 작년 1분기(12.76%)의 절반 수준이었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4.85%로 작년 동기대비 0.8%포인트 하락에 그친다.

주요 제조업종별로 보면 반도체를 비롯한 IT제조업과 정유·화학업, 철강·금속업 등의 실적이 부진했다.

반면 주요 자동차업체들은 세계 자동차 수요의 감소에도 수익성 개선에 성공해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

◇ IT제조업 '총체적 부진'…반도체·스마트폰 부품 침체
주요 IT 제조업체들의 1분기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대비 59.8% 급감했고, 매출액도 11.4%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반도체 코리아 연합군'으로 불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1분기 합계 영업이익 감소율을 62.2%에 이르렀다.

삼성전자는 아직 부문별 실적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반도체 업계의 1분기 영업이익은 5조5천억원 정도로 작년 동기(12조2천억원)의 절반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상장 대기업 1분기 실적 '비상'…외형은 정체·수익성은 악화
이는 메모리 '슈퍼호황'이 끝나 지난해 말부터 수요 둔화와 가격 하락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D램은 계절적 요인과 주요 데이터센터 고객의 재고 소진 등이 겹치면서 출하량이 감소했고, 낸드는 평균 판매가격이 30% 이상 떨어졌다.

다만 업계는 2분기를 저점으로 하반기부터는 재고 감소와 신제품 출시에 따라 실적이 반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전자는 매출액이 1.4% 줄었고, 영업이익은 18.8% 감소해 영업이익률은 작년 1분기 7.3%에서 올해는 6.0%로 떨어졌다.

LG의 부품업체 2개사도 스마트폰 시장의 침체로 수익성이 나빠졌다.

애플에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는 LG이노텍은 아이폰 판매 저조와 모바일용 기판 판매 감소 등에 따라 적자로 돌아섰다.

LG디스플레이도 스마트폰 수요 축소로 중소형 패널 가격이 내려가면서 적자 폭을 늘렸다.

삼성SDS는 영업이익이 9.2% 늘어 지금까지 공시한 IT제조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증가세를 보였다.

삼성SDS는 중점 추진하고 있는 인텔리전트 팩토리, 클라우드, 인공지능(AI), 솔루션 등 4대 전략사업이 17% 성장해 매출 증대를 이끈 것으로 분석됐다.

◇ 주요 정유사 이익 '반 토막'…철강업 원자재 가격 상승에 부진
주요 정유·화학 4개사의 영업이익 합계는 작년 동기대비 51.4% 감소했다.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의 1분기 정유 부문 실적은 각각 영업손실 63억원, 영업이익 957억원으로 낮은 수준을 보였다.

글로벌 정유사들의 높은 가동률로 석유제품 가격이 하락하면서 정제마진이 낮아진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업계에서는 2분기에는 글로벌 정기보수 일정으로 가동률이 떨어지고 여름철 '드라이빙 시즌'이 다가오면서 정제마진이 점차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정유사들은 화학 부문에서는 나프타의 가격 상승과 파라자일렌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스프레드 회복으로 비교적 개선된 실적을 보였다.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의 석유화학 부문 영업이익은 각각 3천203억원, 1천475억원을 기록했다.

LG화학도 석유화학 사업에서 3천986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상장 대기업 1분기 실적 '비상'…외형은 정체·수익성은 악화
다만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이슈로 1천200억원 손실을 내고 전지 사업에서도 적자를 기록해 LG화학의 전체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대비 57.7% 급감했다.

OCI는 1분기에 적자로 돌아서 영업손실 40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폴리실리콘 판매가격 약세와 시황 악화로 태양광 사업 부문이 부진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철강·금속업체도 부진한 실적을 공시했다.

포스코는 1분기 매출액 증가율은 0.96%에 그쳤고, 영업이익은 19.1% 급감했다.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이 올랐지만, 제품가격을 인상하지 못한 탓으로 분석가들은 2분기에도 영업이익이 10%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11%대의 감소율을 보였다.

그러나 이는 온산제련소 화재에 따라 판매량이 19% 감소했기 때문으로 판매 정상화와 제련수수료 상승에 힘입어 2분기에는 영업이익이 대폭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 자동차업종, 매출·이익 동반 증가…현대차그룹 '선전'
자동차·부품업체 5개사가 공시한 실적을 취합한 결과 매출액은 4.7%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35.1% 급증했다.

이는 기아차가 통상임금 소송 합의에 따라 기존 충당금 가운데 약 4천300억원이 환입된 영향이 가장 컸다.

기아차는 1분기 매출액이 0.9%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의 2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현대차도 수익성이 높은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팰리세이드의 흥행에 힘입어 1분기 전체 판매 대수는 감소했지만, 매출액이 6.9%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1.1% 급증했다.
상장 대기업 1분기 실적 '비상'…외형은 정체·수익성은 악화
이런 현대·기아차의 1분기 실적은 전 세계 자동차 판매가 6.7% 감소한 것을 고려하면 양호한 실적으로 평가된다.

현대·기아차는 베뉴와 SP2, GV80 등의 SUV 신차와 모하비 부분변경 모델 등을 연내 출시할 계획으로 전문가들은 SUV 라인업 강화에 따른 수익성 개선을 전망했다.

아울러 현대차그룹의 부품업체인 현대모비스도 SUV 판매 확대에 따라 영업이익이 10% 가까이 늘었고, 현대위아 역시 매출액 6.2% 증가에 영업이익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다만, 만도는 중국 사업의 침체에 따라 영업이익이 26.1% 급감해 시장의 예상보다 부진한 성적표를 거뒀다.

만도는 2분기부터 중국 매출이 증가세로 돌아서 올해 영업이익률 목표는 4%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신차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채택이 늘면서 ADAS 매출이 80% 급증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2%까지 높아지는 등 하반기부터 점진적인 수익성 회복이 예상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