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3일이 시한…美, 연장 공감했다가 트럼프 지시로 불가 기류 강해져
韓, 한미동맹 등 내세워 총력 설득…리비아 사태로 연장 가능성 커져
시한 3주 앞으로…한국 '이란산 원유수입' 예외 연장여부 촉각
한국이 다음 달 3일로 끝나는 미국의 이란산 원유수입 예외적 허용 조치를 연장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국 석유화학 업체들의 설비는 이란산 콘덴세이트(초경질유)에 최적화돼 있어 수입이 금지되면 업계에 상당한 타격이 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당초 한국을 비롯해 예외가 적용되던 모든 나라에 대해 예외조치 연장이 어렵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최근 리비아 사태 격화로 원유시장이 불안해지면서 기류가 다소 바뀌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11월 '이란 핵 합의'에서 탈퇴하면서 이란 제재를 복원했는데 이때 한국 등 8개국에 이란산 원유를 180일간 한시적으로 수입할 수 있도록 했다.

당시 한국이 이란산 원유 수입량을 일정 수준 이하로 감축하면 예외연장이 이뤄지도록 한미 간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고, 한국은 약속대로 수입량을 감축했다.

그러나 미국은 최근 대 이란 압박 기조가 강화화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시로 입장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12일 외교부에 따르면 미국은 당초 수입량 감축 조건을 충족하면 수입을 허용하는 '포지티브 시스템'이었는데, 최근 예외 없이 이란산 원유수입을 금지한다는 기본 방침을 세우고 예외를 검토하는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변경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런 지시는 미국 최고위층에서 내려왔다고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입장 변경에는 대이란 제재에도 유가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고, 이란 내부에서 제재 효과가 나타나는 징후가 포착되면서 이번 기회에 이란을 더 세게 압박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예외를 인정받는 국가의 숫자가 줄고, 예외를 인정받더라도 허용되는 수입 물량도 크게 축소될 것"이라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한 3주 앞으로…한국 '이란산 원유수입' 예외 연장여부 촉각
한국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에 이어 지난 8일에도 윤강현 외교부 경제외교조정관을 수석대표로 하는 대표단을 워싱턴에 보내 미국 측에 한국의 특수한 사정을 강조하며 이란산 원유수입 예외적 허용 조치를 연장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한국은 공고한 한미동맹과 한미 에너지협력 강화 노력, 한국 석유화학업계에서 이란산 콘덴세이트의 중요성 등을 강조하며 미국 측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국은 미국산 LNG(액화천연가스)의 제1수입국이자 미국산 원유의 제2수입국이며, 우리 업체들이 미국에 에너지 인프라 투자도 최근에 많이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까지 나서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외교장관회담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에게 이 문제를 제기했지만, 아직 풀리지 않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당시 한국만 예외로 인정할 경우 형평성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고 외교부 당국자는 전했다.

이에 한국은 미국의 대 이란 제재 대상은 '원유'이며 '콘덴세이트'는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한국은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이란으로의 자금 유입을 막겠다는 취지에서 콘덴세이트 수입까지 금지하고 있는데, 한국은 원유 수입부터 철저히 막는 게 순서라는 입장을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한 3주 앞으로…한국 '이란산 원유수입' 예외 연장여부 촉각
이런 가운데 리비아의 정국 혼란이 변수로 급부상하고 있다.

리비아는 지난 4일(현지시간) 리비아 동부의 군벌 실세 하프타르 리비아국민군(LNA) 최고사령관이 수도 트리폴리 진격을 명령한 뒤 통합정부군과의 충돌이 격화하면서 원유생산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당초 이란 제재 예외조치 연장을 하지 않겠다고 생각한 중요한 배경이 국제 원유가격 안정이었는데 이 전제가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관리를 인용해 리비아 사태의 여파로 미국은 한국과 중국, 일본, 인도, 터키 등에 대한 이란산 원유수입 금지 예외국 지위를 연장하되 허용 수입량은 예전보다 줄일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란산 원유수입 예외적 허용 문제는 막판까지 가야 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11일(현지시간) 정상회담에서도 이 문제가 논의됐을 수도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회담 뒤 브리핑에서 '이란산 원유 수입 문제도 다뤄졌느냐'는 질문에 "모든 경제 분야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