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8일 새벽(한국시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70)이 폐질환 등 숙환으로 별세하자 주식시장에선 이를 '주가 이벤트'로 인식, 한진칼(83,900 +0.48%)의 주가가 폭등했다. 한진칼은 이날 20.63% 오른 3만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진그룹의 사실상 지배기업인 한진칼의 주가는 장중 한때 24% 이상 치솟기도 했다. 하루 동안 거래량은 1090만주에 달해 전 거래일의 약 50배를 넘어섰다. 하루 거래금액은 3240억원을 웃돌아 상장 이래 최대 수준이다.

조양호 회장의 사망 소식이 한진칼의 주가를 밀어올린 이유는 행동주의 펀드인 KCGI의 타깃이 됐기 때문이다. 한진그룹의 한진, 대한항공(19,100 +5.52%), 한국항공, 진에어(9,720 +0.62%) 등은 모두 한진칼의 지배구조에 영향을 받고 있는 구조다.

상황이 이러한 가운데 KCGI가 한진칼의 지분을 늘리고 있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주가 변동이 더욱 심해졌다.

KCGI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증권소유상황보고서에 따르면 한진칼의 10% 이상 주요 주주인 KCGI는 지난달 18일 이후 이날까지 한진칼의 주식 약 46만9000주를 추가 매수, 보유지분이 기존 12.68%에서 13.47%로 늘었다. 추가로 매수한 주식은 모두 장내에서 시가로 취득했고, 취득 단가는 주당 2만4000원~2만5000원대이다.

KCGI는 지난달 한진칼 정기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회장의 측근인 석태수 대표이사 사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 등에 '반대표'를 행사하며 경영간섭에 나섰지만, 완패한 바 있다. 사내이사 연임 안건 등은 일반결의 사항(출석 주주 과반수 찬성)이라서 보유지분상 이변이 일어날 수 없었다.

2018년 말 기준으로 고(故) 조양호 회장은 한진칼의 지분 17.84%를 보유 중이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2.31%,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은 2.34%,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2.30%로 집계됐고, 정석인하학원(2.14%) 등 기타특수관계인이 4.1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지분을 합하면 약 29%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반면 KCGI가 13.47%, 국민연금공단이 7.34%의 지분을 갖고 있다. 한진칼은 국민연금공단뿐만 아니라 KCGI에 의해 '지분 견제'를 받아야 하는 처지다. 조양호 회장의 사망이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조 회장은 부인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과의 사이에 1남2녀를 두고 있다. 조 회장의 한진그룹 보유주식은 이들 유족에게 상속될 것인데 조 회장이 상속과 관련해 생전에 유서를 작성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이 이사장 및 유족들의 상속 시 상속세 납부를 위한 보유주식 매도 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행 상속·증여세는 과세표준에 따라 누진세율이 적용된다. 30억원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50%를 상속세로 내야 한다. 주식의 경우 경영권 프리미엄에 대한 할증 20~30%를 적용, 상속세율이 최대 65% 수준에 이른다. 상장기업의 상속세는 주식물납을 할 수 없다. 현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상속세율 50%를 가정할 시(상속세율 단순 적용) 상속세 할증 및 실제 세금납부를 위한 현금 조달 여부 등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책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최대주주의 지위를 위협받을 수 있는 구조라고 금융투자업계는 보고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송치호 애널리스트(기업분석가)는 이에 대해 "하지만 지분구조 취약성이 존재했던 한진 및 한진칼의 지난달 주주총회가 원만하게 사측 제안 안건으로 통과된 점을 돌이켜 보면 잠재적인 '우호 주주'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했다.

조양호 회장의 사망 소식이 한진그룹 내 경영권 분쟁 가능성에 불을 붙였다는 게 증시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진칼을 비롯한 한진그룹주(株)의 변동성은 갈수록 커질 수 있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현재 대한항공의 최대주주는 지분 29.96%를 확보하고 있는 한진칼이고, 나머지 주요 주주는 특수관계인(3.39%, 조양호회장 0.01%)과 국민연금공단(11.56%)이다. 한진의 경우 한진칼이 22.19%, 특수관계인은 10.94%(조양호 회장 6.87%)로 나타났으며 엔케이앤코홀딩스(10.17%)와 국민연금공단(6.28%)이 주요 주주다. 한국공항은 대한항공이 59.54%의 지분을, 진에어의 경우 한진칼이 지분 60%를 가진 최대주주다.

송 애널리스트는 "그렇지만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제기된다는 건 '지분 매입' 경쟁에 따른 상승 가능성과 함께 정반대로 '경영권 위협' 시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방식으로 우호세력이 확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이 경우엔 주가의 하방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고 조 회장은 앞서 지난달 27일 열린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외국인과 소액주주의 '반대'로 사내이사 연임이 좌절됐었다. 1999년, 아버지 고 조중훈 회장에 이어 대한항공 CEO에 올랐지만, 20년 만에 대한항공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것이다.

조 회장의 사망 소식이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불러와 강력한 주가 이벤트를 제공하고, 거래량 폭발로 하루 새 20% 급등한 한진칼의 주가. 얼마 전 대한항공 주총장에서 본 '소액주주 반란'의 연장선으로 이해해야 할지, 비정한 '쩐의 전쟁'으로 봐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