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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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이래 2년째 적자를 지속 중인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올해는 서로 다른 성적표를 받아들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뱅크는 양호한 여신 성장을 바탕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하는 반면 케이뱅크는 올해도 적자를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 짙다. 일각에서는 두 은행에 대한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결과에 따라 이들 은행의 명암이 더 극명하게 나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지난해 연간 순손실은 210억원으로 전년(1045억원)보다 적자 폭이 79.9% 줄었다.

연간 대출자산이 2배 가량 증가하면서 이자 수익이 꾸준히 늘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여신(대출)은 작년 1월 4조7000억원에서 작년 말 9조원으로 급증했고, 수신(예적금)은 5조2000억원에서 10조원으로 불었다. 올해 2월 말 기준 고객 수는 850만명에 달한다.

기록적인 외형성장에 올해 실적에도 기대가 실린다. 증권업계는 카카오뱅크의 흑자 전환을 점쳤다.

삼성증권은 "카카오뱅크는 올해 지속적인 자산 성장을 통해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며 "전·월세 보증금 대출, 2년 만기 중금리 대출 확대, 소호(SOHO)대출 상품 출시를 통해 자산 성장을 이어갈 것이다"고 말했다.

키움증권은 "정부가 대출규제를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중심에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중심으로 변경했다"며 "카카오뱅크는 DSR이 상대적으로 낮은 30~40대 고객 비중이 높아 신용대출, 전세자금대출 등에서 점유율 확대가 기대된다. 올해는 흑자 전환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장밋빛 기대가 쏟아지는 카카오뱅크와 달리 케이뱅크는 올해도 적자가 예상된다.

케이뱅크의 지난해 순손실은 797억원으로 전년(838억원)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케이뱅크의 여신 잔액은 연초 9300억원에서 연말 1조2600억원으로 35.4% 증가했다. 수신 잔액은 1조1400억원에서 1조8600억원으로 63.1% 늘었다. 이 기간 카카오뱅크의 여수신액이 2배씩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아쉬운 성적이다. 올해 2월 말 기준 케이뱅크의 고객수는 93만명으로 카카오뱅크(850만명)에 한참 못 미친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케이뱅크가 흑자로 돌아서기 위해서는 사업모델을 재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증권은 "자산(2조2000억원) 규모가 손익분기점보다 상당히 낮아 향후 적극적인 자산 성장을 통한 규모의 경제 확충이 필요하다"고 짚었고, 키움증권은 "자산 규모에 비해 높은 대손비용률을 기록하고 있다"며 "흑자 전환을 위해서는 구조적 사업모델 재편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케이뱅크는 사업 확장을 위해 실탄 마련이 절실한 상황. 지난 1월 말 592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결의 후, KT는 금융당국에 케이뱅크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했다. 하지만 담함 협의로 KT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게 되면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빨간 불이 켜졌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카카오 역시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앞두고 있지만, 실탄을 충분히 확보한 카카오뱅크는 케이뱅크와는 사정이 다르다"며 "KT가 이번 심사를 통과하면 케이뱅크는 말 그대로 '퀀텀 점프' 할 수 있지만,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5920억원의 유상증자도 실시하기 어려워진다. 적자가 더 심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