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이나 상가를 임대하고 있는 가구의 빚이 비임대가구보다 2배 이상 많고 부채의 질도 안 좋은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의 부동산 가격 하락 흐름이 길어지면 임대가구 빚이 부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임대가구 평균 부채 1.9억…소득 41% 빚 갚는 데 쓴다
2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임대소득을 올리고 있거나 보증금 부채가 있는 임대가구는 지난해 328만 가구에 이른다. 전체의 16.7%다. 이들 가구의 평균 금융부채는 1억9000만원으로 비임대가구(7000억원)보다 2배 이상 많았다.

부채 구조도 상대적으로 취약했다. 임대가구는 만기 1년 이내 단기 대출과 일시상환 방식 대출 비중이 각각 26.9%, 35.3%에 달했다. 상가나 오피스 등 비주택 임대가구는 단기(36.1%)와 일시상환(40.6%) 대출 비중이 더 컸다. 반면 비임대가구는 단기 대출이 20.6%, 일시상환 대출은 26.7%에 그쳤다.

임대가구는 재무건전성도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임대가구의 소득 대비 원리금상환액 비율(DSR)은 작년 말 기준 40.8%였다. 연소득의 40% 정도를 빚을 갚는 데 쓴 것이다. 비임대가구(28.4%)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은 수준이다.

빚 갚을 능력이 떨어지는 취약 가구 비중도 임대가구가 비임대가구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임대가구는 DSR이 100%를 넘고 금융자산보다 금융부채가 많은 취약 가구 비중이 6.8%, 비임대가구는 3.6%였다.

실물자산까지 포함하면 임대가구의 취약 가구 비중은 1.0%에 그친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고 있어 향후 임대가구가 보유한 자산 가격이 크게 떨어지고 부채가 부실화하는 사태가 벌어질지 모른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전국 주택 매매가격은 지난해 12월부터 3개월 연속 하락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