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기술 독창성이 태국과 멕시코에도 뒤진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독창적인 기술은 산업 간 융합에서 나오는데 각종 규제 장벽이 새로운 시도를 막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최저임금은 정부가 결정구조 개편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내년도 적정 인상률에 대한 공론화부터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산업 간 융합 가로막는 규제 탓”

이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27일 한국경제학회와 경기연구원이 ‘2019년 한국 경제 어디로’라는 제목으로 연 정책토론회에서 “잠재성장률이 빠르게 하락하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혁신 체제를 선진국형으로 전환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 주요 24개 나라의 ‘국가혁신체계’ 수준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미국 특허 자료 등을 바탕으로 △기술의 독창성 △기술의 다각화 △지식생산물의 현지화 △혁신의 집중도 △기술의 주기 등 5개 분야로 나눠 산출했다. 한국은 종합 점수가 2.88점으로 11위였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과 연관이 깊은 기술 독창성, 기술 교체 주기 등은 22위에 그쳤다. 중국과 대만만이 한국 아래에 있었고 태국과 멕시코, 말레이시아, 아르헨티나 등보다도 못했다. 이 교수는 “기술 독창성이 낮은 이유는 산업 간 융합을 가로막는 규제 탓이 크다”며 “농림축산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하는 ‘스마트팜’에 대기업의 진출을 철저히 막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각종 낡은 규제를 과감히 혁파하는 한편 미래 산업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등에 따르면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등 8대 신산업의 부족 인력은 4만9800명에 이른다.

이 교수는 “기술 주기가 길고 한국이 경쟁력을 갖춘 바이오산업을 집중 육성하자”고 제안했다.

“내년 최저임금 적정 인상률부터 공론화”

노동정책에 대한 평가도 이뤄졌다. 최영기 한림대 객원교수(전 한국노동연구원장)는 “현 정부 고용노동정책은 약효가 다 됐거나 길을 잃었다”고 꼬집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고용 감소와 분배 악화를 불렀고, 근로시간 단축은 생산성 향상이 동반되지 않아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 교수는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결정구조 개편을 추진하고 있지만 내년도 적정 인상률에 대한 공론화부터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작년과 올해 너무 크게 인상돼 내년은 동결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 남은 임기 동안엔 노동시장 구조개혁 정책을 패키지로 추진해야 한다는 제언이 이어졌다.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서비스업 등의 생산성 향상과 대·중소기업 임금 격차 완화를 위한 임금 개혁, 고용안전망 확대를 통한 취약근로계층 보호 등을 동시에 달성해 나가자는 얘기다.

정원호 경기연구원 초빙선임연구위원은 “소득주도성장 정책 방향은 옳지만 복지 확대를 위해 필수인 증세를 주저한 것이 문제였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도 “복지 확대를 위해 조세 부담률을 올려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면서도 “강력한 재정 개혁이 먼저 이뤄져야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를 위해 2017년 기준 59조6000억원에 이르는 국고보조금에 연도별, 사업별 한도를 설정하는 ‘국가보조금 총량제’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