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김영란법·52시간 근로제 등 영향
'회식 다음은 노래방' 공식 깨지며 매출 '뚝'
작년에만 1600개 사라진 노래방, 왜?

‘혼코노.’ 일본말 같지만 10대 20대들이 흔히 쓰는 약자다. ‘혼자 코인노래방 간다’는 말이다. 코인노래방은 ‘코노’라 부른다. 한 명 또는 두세 명이 들어가 동전을 기계에 넣고 노래를 부를 수 있다. 시간 단위로 비용을 매기지 않고 곡수에 따라 계산한다. 학생이 주 이용자다. 코노는 2013년부터 2017년까지 2000개가 생겨나며 노래방산업의 몰락을 혼자 막아내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코노도 지난해 성장을 멈췄다. 이 시장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는 TJ미디어(옛 태진미디어)의 매출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코노가 성장을 멈추자 전체 노래방 수도 지난해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경기침체와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법)에 이어 주 52시간 근로제가 결정타를 날렸다.
작년에만 1600개 사라진 노래방, 왜?

점점 사라지는 노래방

노래방은 1990년대 초 국내에 들어와 급속도로 전국에 퍼졌다. 1990년대 후반 매년 5000여 개씩 늘며 2000년 2만 개를 돌파했다. 국내에 노래방이 가장 많았던 해는 2006년. 전국 노래방은 3만7994개에 달했다. 노래방 수는 이때가 정점이었다. 이후 서서히 줄었다. 하지만 감소폭은 크지 않았다. 2017년에도 전국 노래방 수는 3만5903개나 됐다. 10년간 2000개 정도가 줄었다. 하지만 주 52시간 근로제가 시행된 지난해 한 해만 전국 노래방은 1600개가 감소했다. 폐업이 줄을 이은 것이다.

노래방 문을 열어놓고 있는 곳도 사정은 좋지 않다. 서울 마포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는 김모 사장은 “김영란법 시행 이후 접대문화가 사라지면서 매출이 반토막 나기 시작했다”며 “지난해부터는 2차 회식 장소로 노래방을 찾는 직장인도 급격히 줄었다”고 말했다. ‘회식 다음은 노래방’이라는 공식이 깨지자 노래방 수요가 급감했다는 얘기다. 이는 주류회사에도 영향을 미쳤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지역에 따라 노래방에 들어가는 수량이 30%가량 줄어들기도 했다”며 “노래방이 사라지거나 손님이 줄어든 탓”이라고 전했다.

코인노래방 시장도 레드오션

코인노래방은 2013년 이후 급속히 늘었다. 인원수와 관계없이 언제든지 찾을 수 있어 대학가를 중심으로 숫자가 빠르게 늘었다. 중·고등학생들도 밤늦게 학원이 끝나면 코노에 들러 스트레스를 풀고 집으로 갔다. 가맹점 사업을 하는 ‘세븐스타 코인노래방’은 170개나 된다. 이 수혜를 본 회사는 TJ미디어다. TJ미디어는 금영과 함께 국내 노래방 기계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기업이다.

금영이 주춤하는 사이 TJ미디어는 성장을 거듭하며 2017년 매출 830억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코인노래방 시장의 95%를 점유한 덕분이다. 이 시장의 성장도 멈췄다. 지난해 TJ미디어 매출은 680억원대로 뒷걸음질쳤다. 4년 만에 적자도 기록했다. TJ미디어 관계자는 “2017년 말부터 코인노래방 시장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했다”고 말했다. 시장이 포화상태가 되고, 학생 수도 더 늘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래방산업을 홀로 지탱하고 있던 코노도 더 이상 추락을 막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얘기다.

노래방 시초는 부산의 한 오락실

국내 노래방의 역사는 부산의 한 오락실에서 시작됐다. 업계에서는 1991년 4월 부산 동아대 앞 로얄전자오락실에 있었던 반주기를 최초의 노래방 기기로 보고 있다. 가라오케 기계를 개조해 노래를 선택하고 자막을 보면서 노래를 부르는 방식을 처음 도입했다. 당시 가격은 곡당 300원이었다. 이후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인근에 ‘하와이비치 노래연습장’이 국내 노래방 1호로 정식 등록됐다.

1990년대는 노래방 전성기였다. 청소년 출입 제한이 풀린 1993년부터 전국 노래방은 매년 수천 개씩 늘었다. 2000년대 들어 3만 개가 넘은 전국 노래방 숫자는 2004년 이후 2017년까지 3만5000개 이상을 꾸준히 유지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하는 ‘음악 산업백서’에 따르면 전국 노래방이 올리는 총매출은 연간 1조5000억원 정도다. 하지만 앞으로 이 시장은 계속 축소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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