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단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로 상당수 사업장이 설비 가동을 멈춘 가운데 정부의 후속 조치가 늦어지면서 기업들의 손실이 커지고 있다.

12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국가기술표준원에 따르면 현재 전국 1490곳의 ESS 사업장 가운데 약 700곳이 가동을 멈췄다. ESS는 전력이 남아돌 때 저장해뒀다가 부족할 때 쓸 수 있게 한 설비다.

절반에 달하는 ESS가 멈춘 이유는 연이은 화재 때문이다. 작년 5월 이후 전국 ESS 사업장에서 20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한 달에 두 번꼴이다. 정부는 자체 실태조사를 했지만 사고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고 지난 1월 민관 합동 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해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갔다. 정부는 ESS 전용 건물이 설치돼 있지 않은 530여 개 사업장에 ‘정확한 사고 원인을 알아낼 때까지 가동을 중지해 달라’고 요청했다. LG화학도 자사의 특정 제품을 사용하는 업체 200여 곳에 가동 중단을 권고했다.

ESS를 돌리지 못하는 사업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손실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1㎿h 규모 ESS를 한 달간 멈추면 평균 1000만원 손실이 발생한다. 전국에 설치된 설비 용량은 4500㎿h 규모다. 절반이 멈추면 한 달에 225억원 정도의 손실을 보는 셈이다. 더욱이 상당수 기업은 대출을 받아 ESS를 설치했기 때문에 가동하지 못하면 이자와 원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다.

문제는 가동 중단 기간이 얼마나 길어질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국가기술표준원 관계자는 “ESS는 굉장히 복잡한 설비라서 정확한 사고 이유를 알아내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언제까지 조사를 마치겠다고 단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고 원인을 알아내더라도 바로 재가동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상당수 ESS가 화재 원인이 되는 문제나 결함을 갖고 있다면 이를 해결할 때까지 가동할 수 없기 때문이다.

ESS 사업장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5월부터 화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는데 아직도 이유를 못 알아냈다니 답답하다”며 “조속히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호소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