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전력거래 열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

단순한 계산을 하나 해본다. ㎾h당 5.6㎞를 주행하는 현대차 코나의 연간 승용차 평균 주행거리를 1만3,000㎞ 운행으로 가정하고 필요한 총 전력량을 산출하면 2,321㎾h다. 그리고 코나에 부착된 배터리용량은 64㎾h이니 배터리 전력을 소진하고 다시 가득 충전하는 연간 횟수는 이론상 36.2회다. 이를 월 평균으로 계산하면 매월 3회를 완충해야 된다는 계산이 도출된다. 물론 배터리 전력이 모두 소진했을 때만 충전하는 게 아닌 만큼 현실에서 충전 횟수는 당연히 월 3회보다 많겠지만 그럼에도 단순 계산을 한 이유는 여러 조건을 비교해보기 위해서다.

2,321㎾h를 충전할 때 필요한 비용은 급속 충전 기준으로 ㎾h당 173원이 적용돼 40만원에 불과하다(2019년까지). 나아가 23시 이후 심야 저압 완속 충전을 이용하면 ㎾h 요금은 평균 33원으로 떨어진다. 그러니 저압만 이용해 충전했을 때 연간 비용은 7만6,600원에 머문다. 충전의 불편을 감수한다면 연간 수송 에너지 비용은 거의 들지 않는 셈이다. 게다가 보조금은 물론 충전기 설치도 지원받을 수 있다.
그런데 모두가 전기차로 연간 1만3,000㎞를 운행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때로는 배터리 전력이 많이 남을 수도 있다. 이 경우 누군가 배터리 전기를 필요로 하고 이를 되팔 수 있다면 어떨까? 이른바 '소규모 전력중개사업'인데 올해부터 국내도 허용됐다. 1㎿ 이하 신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전기차 배터리 전력을 중개사업자가 모아 전력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다. 그렇다고 전기차 보유자 모두가 직접 판매할 수는 없다. 사업을 하려면 국가기술자격법에 따른 전기 분야 기사를 포함해 최소 2명 이상의 기술 인력이 있어야 한다. 단순한 전력 거래 중개업인 만큼 자격증 없이도 사업은 가능하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법이 개정되는 데에만 무려 2년이 걸렸다.

그럼 전력을 개인이 거래할 수 있게 됐으니 실제 사고 팔 수 있을까를 묻는다면 현실적으로는 어렵다. ㎾h당 평균 32원을 주고 배터리에 전력을 담은 뒤 되파는 가격이 천차만별이고, 전기차에 충전하는 전력 요금은 소매 기준이어서 도매 사업자와 요금 경쟁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서다. 굳이 한다면 정말 긴급하게 전력이 필요한 다른 전기차에 되팔 수 있지만 자동차 및 보험회사의 긴급출동이 이미 해당 서비스를 제공해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전기차 보유자는 전력거래 사업에 애당초 참여하지 말라는 메시지다. 전문가들도 EV 배터리 전력의 거래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자동차에서 가정에 유료 전원을 공급하는 것조차 아직은 쉽지 않다고 설명한다.

한국전력 전기차 충전요금에 따르면 봄가을은 시간대별로 부과되는 전력 요금 차이가 별로 없다. 다만 여름철 피크 타임 때와 겨울철 난방기 사용이 많을 때 평균 110원이다. 그러니 32원에 사서 110원에 팔아야 ㎾h당 78원이 남는데, 110원에 사줄 곳이 없다는 의미다. 단순 계산으로는 부지런히 전력요금 낮을 때 충전해서 최대 부하 시간에 다시 팔면 수익이 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물론 64㎾h 배터리를 최저 가격으로 충전한 후 하루 이동에 14㎾h만 쓰고 나머지 50㎾h를 되팔 때 1,852원이 남는다. 연간으로 가면 67만5,900원이다.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지만 어느 정도 참여자를 모아 규모를 이루면 중개 사업도 가능은 하다. 그런데 전기 기술 자격증을 보유해야 한다. LPG 충전소에서 충전해주는 사람은 자격증이 없어도 관리자는 고압가스관리 자격이 있어야 하는 것처럼 소규모전력거래사업도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관리자는 전기 관련 자격증이 있어야 한다. 비록 전기 충전 케이블은 누구나 연결할 수 있어도 말이다. 그러니 누구나 팔 수는 있지만 아무나 구입할 수는 없다. 이 말을 뒤집어보면 살 사람이 없다는 것이고 아직은 개인 간 전력거래는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비록 충전을 떠나 신재생으로 누구나 전기를 만들 수 있는 시대에 누구에게나 전기를 팔지 못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권용주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