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종 "임대료 인하 나선 삼청동은 희망 있어…종로 정체성 지켜야"
종로구청장이 상권분석에 나선 이유…"임대료 내려야 산다"
10년째 종로구를 이끄는 김영종 구청장은 한복 사랑으로 유명하다.

공식 석상에서 수시로 한복을 입으며 몸소 전통 알리기에 앞장선다.

그의 또 다른 관심사는 삼청동, 익선동 등 옛 서울의 모습을 간직한 명소들을 되살리는 일이다.

젠트리피케이션(임대료 상승에 따라 상인과 주민들이 다른 지역으로 밀려나는 현상)으로 신음하는 이 지역을 전통이 살아 숨 쉬는 거리로 지키는 게 그의 목표다.

김영종 구청장은 최근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임대료를 낮추는 게 급선무"라며 "상권이 죽으면 임대료를 낮춰도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김 구청장은 요즘 상권분석에 열을 올리고 있다.

틈이 날 때마다 종로구뿐 아니라 신촌, 압구정동, 대학로, 문래동 등 서울 주요 지역 상권의 '흥망성쇠'를 들여다본다.

정원오 성동구청장, 문석진 서대문구청장 등과는 '젠트리피케이션' 스터디 그룹까지 만들었다.

그의 분석 대상은 임대료 상승으로 몸살을 앓았거나 앓고 있는 지역들이다.
종로구청장이 상권분석에 나선 이유…"임대료 내려야 산다"
김 구청장은 "압구정, 가로수길은 예전에는 주변보다 임대료가 매우 쌌다"며 "저렴한 임대료로 인해 상권이 형성됐는데 임대료가 오르면서 즐길 거리가 줄고, 비싼 먹거리 외에 다른 업종들은 견딜 수 없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미 2013년 말부터 삼청동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며 "삼청동이 살려면 임대료가 절반 이하로 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구청장은 "그나마 작년부터 임대료 인하 논의가 진행 중인 점은 긍정적"이라며 "삼청동은 얼마 가지 않아서 괜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대료 인하와 함께 삼청동, 익선동 등 옛 동네의 정취를 되살리는 일도 그에게는 급선무다.
종로구청장이 상권분석에 나선 이유…"임대료 내려야 산다"
김 구청장은 "종로는 역사와 문화가 있는 곳"이라며 "구 차원에서 종로가 정체성을 잃지 않도록 흔적 살리기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결과물이 청운문학도서관, 도담도담한옥도서관, 혜화동한옥청사 등 한옥으로 지은 공공시설물이다.

지난해에는 익선동 일대를 한옥마을로 지정해 대규모 프랜차이즈와 상점이 들어올 수 없도록 했다.

음식부터 건물까지 종로의 전통을 이어가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전통에 대한 김 구청장의 고집은 퓨전한복의 고궁 무료관람 폐지 주장으로 이어졌다.

종로구는 작년 9월 '퓨전 한복은 한복이 아닌 만큼 한복 착용자 고궁 무료입장 혜택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문화재청에 제안했다.

한복의 기준을 두고 논란이 일었지만, 김 구청장은 "사람들에게 한복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줬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복은 여러 형태가 있을 수 있는데 한복이 아닌 것을 전통이라고 우기는 것이 문제"라며 "무료 입장객에게 한복이 뭔지 제대로 안내 정도는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종로구청장이 상권분석에 나선 이유…"임대료 내려야 산다"
김 구청장은 건축사 출신의 도시행정 전문가로 꼽힌다.

1973년부터 10년간 서울시에서 근무했고, 이후 건축사로 활동하다 2010년 종로구청장에 처음 당선된 뒤 3선에 성공했다.

취임 초기 그는 '건강도시' 만들기에 주력했다.

'미세먼지'라는 단어가 익숙지 않았던 당시부터 미세먼지 절감을 위해 매일 도로 물청소를 하고, 경로당·어린이집 등 실내 공간의 공기 질 측정을 시작했다.

지난해 한국환경공단이 서울 25개 자치구의 도로 미세먼지를 조사한 결과 종로구는 도심인데도 11㎍으로 '매우 좋음' 수준을 나타냈다.

김 구청장은 "모두가 미래 후손이 살아갈 수 있는,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드는 과정"이라며 "전통이 살아 숨 쉬면서 새들이 도심에서 지저귀는 생태 도시를 만들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