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승국 비츠로셀 대표 "재난 1년 만에 '일터 회복' 이룬 직원들 고마워"
‘사장님의 배려에 감사합니다’ ‘뜻깊은 선물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리튬 1차전지를 생산하는 코스닥 상장사 비츠로셀의 장승국 대표(사진)는 지난달 직원들로부터 무더기 감사 문자를 받았다. 회사 주식을 선물로 받은 직원들이 감사 인사를 전한 것이다. 장 대표는 지난 1월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스톡그랜트(성과연동 주식무상지급권)를 지급했다. 지급 대상에는 입사 1개월차 신입사원도 포함됐다. 스톡그랜트 지급 주식은 장 대표가 보유한 49만6003주 중 10만 주(19일 종가 기준 약 10억9000만원)를 떼어 마련했다. 자신이 보유한 개인 주식을 직원들에게 나눠준 사례는 국내 전문경영인 중 그가 처음이다. 그는 1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위기를 극복하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운 직원들에게 보상해주고 싶었다”고 했다.

장 대표가 말한 위기는 2017년 4월 충남 예산 공장에 화재가 발생하면서 시작됐다. 이 화재로 회사 전부나 마찬가지였던 2개 공장이 모두 타버렸다. 생산 공장뿐 아니라 연구개발(R&D), 품질 관리 등 대부분 부서 공간이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다행인 것은 직원 모두가 다친 데 없이 안전하다는 점이었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화재 소식을 듣고 출근하려는데 너무 떨려 옷을 제대로 입기 힘들었다”고 떠올렸다.

화재로 생산이 중단되면서 가장 문제가 된 것은 직원들의 거취였다. 공장이 사라졌으니 생산직 직원들이 갈 곳이 없었다. 이때 장 대표는 특단의 결정을 내렸다. 생산직 직원 모두에게 공장을 마련할 때까지 통상임금을 지급하며 휴가를 보냈다. 사무직 직원 일부도 유급 휴가를 받았다. 그는 “결정은 어렵지 않았다”며 “회사와 함께 성장한 직원들을 내보내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직원들에게 “이른 시일 안에 다시 부르겠다”며 안심시키는 것도 잊지 않았다.

내부 상황을 마무리한 뒤 고객사와 투자사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회사가 완전히 죽어버린 상태”였다. 동요하는 고객사, 투자사를 설득하기 위해 장 대표를 포함한 직원들이 미국 유럽 중국 인도 등 전 세계로 뛰었다. 이와 함께 생산라인이 빨리 재가동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 경기 오산과 평택에 간이공장 네 곳을 마련하는 데 딱 4개월이 걸렸다. 직원들은 화재 이전보다 1시간 이상 더 걸리는 곳으로 출근해야 했지만 묵묵히 지켜줬다.

비츠로셀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지난해 4월 화재 1년 만에 충남 당진에 새 공장 ‘스마트캠퍼스’를 열었다. 예전 공장보다 규모를 키우고 시설을 개선한 신공장이다. 화재 보험금과 사내 유보금 등 1000억원을 투입한 대규모 투자였다. 실적도 빠른 속도로 개선됐다. 지난해 매출 1126억원, 영업이익 195억원을 올려 화재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장 대표는 “올해는 작년 대비 20% 이상 실적 개선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직원들에게 다양한 형태의 보상을 해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