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글로벌 디지털기업 도약"…함영주·이진국·한준성 등과 영토 확장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사진)은 “하나금융은 2020년부터 금융회사를 뛰어넘어 글로벌 무대에서 통하는 디지털 전문회사로 거듭날 것”이라고 15일 말했다. 김 회장은 “올해는 2020년 이후 다음 10년을 준비하는 중요한 시기”라며 “디지털과 글로벌 분야에서 실력을 갖춘다면 앞으로 10년간의 격동기에 금융업의 헤게모니를 잡을 수 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점차 다양해지는 고객의 요구를 맞추기 위해 글로벌 파트너와 손잡을 뜻을 비쳤다. 김 회장은 “글로벌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세계 각지 소비자의 요구를 맞춤형으로 충족시킬 수 있는 서비스 프로세스 구축이 중요하다”며 “유통업, 운송업 등 다양한 글로벌 파트너와의 제휴를 통해 고객 만족을 추진해 나간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하나금융은 이를 위해 글로벌 통합 결제망인 글로벌로열티네트워크(GLN)를 올해 본격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이 서비스는 다른 국가 유통업체와 은행 등에서 발행한 디지털자산과 전자화폐를 블록체인으로 연결해 자유롭게 교환·사용할 수 있도록 한 시스템이다. 전용 앱(응용프로그램)만 설치하면 누구나 이용 가능하다.

김정태 "글로벌 디지털기업 도약"…함영주·이진국·한준성 등과 영토 확장
김 회장은 “4년간 공을 들여온 GLN 사업이 올해 시작된다”며 “GLN을 통해 해외 어디서든 ‘하나머니’로 결제가 된다면 하나금융도 글로벌 핀테크(금융기술) 경쟁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KEB하나은행이 인도 구르가온 지점을 신설하는 등 아시아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에 나설 것”이라며 “인도네시아에서는 현지 정보기술(IT)업체와 손잡고 디지털 뱅크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했다.

김 회장은 올해 금융시장 여건이 녹록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늘면서 국내 경기 하강 국면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어려운 환경에서도 시대의 흐름을 파악하고 사회적 요구에 맞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견고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며 “위기는 준비된 이에게는 기회일 수 있듯이 남보다 먼저 움직이는 새로운 도전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태 "글로벌 디지털기업 도약"…함영주·이진국·한준성 등과 영토 확장
하나금융그룹의 2인자는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이다. 그룹 순이익의 92%를 담당하는 은행을 이끌 뿐 아니라 한 명뿐인 그룹 부회장도 겸하고 있다. 함 행장은 2015년 초대 통합은행장에 오른 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결합을 주도하고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도 올렸다. 금융계는 함 행장이 채용비리 관련 재판을 받고 있지만 우리은행의 경우와는 달라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오는 3월 3연임 가능성이 높다는 게 하나금융 안팎의 관측이다.

하지만 함 행장의 과제도 분명하다. 자산 규모가 20조원 정도 차이 나는 국내 1위 국민은행을 따라잡는 것. 함 행장은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리딩뱅크로 거듭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영업력 강화를 위해 한 명이던 영업담당 부행장을 다섯 명으로 대폭 늘렸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취임 이후 계속해서 ‘순혈주의 타파’를 외치고 있다. 하나금융은 한국투자금융이 모태가 돼 서울은행, 보람은행, 충청은행, 외환은행을 합병해 지금에 이르렀다.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11명과 부행장급 임원 12명 가운데 하나은행의 전신인 한국투자금융 출신은 장경훈 웰리빙그룹 부행장이 유일하다. 함 행장은 서울은행, 이진국 하나금융투자 사장은 신한금융투자, 정수진 하나카드 사장과 윤규선 하나캐피탈 사장은 보람은행 출신이다.

윤 사장은 하나금융을 대표하는 ‘영업통’으로 꼽힌다. 하나금융은 하나캐피탈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사상 처음으로 하나카드를 추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윤 사장이 2017년 취임 이후 공을 들인 중고차 금융이 성과를 올려서다. 은행을 제외한 계열사 가운데 유일하게 해외 시장에 직접 진출해 베트남에서 9개 영업점을 운영하고 있다.

정 사장은 부진에 빠진 하나카드 실적을 회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지난해 그룹 안팎에서 차기 행장 후보로 거론됐지만,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으로 악화되고 있는 회사 실적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3분기까지 하나카드의 순이익은 801억원으로 전년 대비 17.7% 줄었다.

이 사장은 경쟁사인 신한금융투자 부사장으로 재직할 당시 김 회장이 영업력을 높이 사 직접 발탁한 인물이다. 이 사장이 취임한 뒤 하나금융투자는 대대적인 자본 확충으로 중위권 증권사에서 대형 증권사로 발돋움했다. 취임 직전이었던 2015년 말 1조8000억원이던 자기자본은 그룹의 두 차례 유상증자에 힘입어 3조2000억원 수준으로 늘었고 실적도 개선됐다.

하나금융은 ‘글로벌 무대에서 통하는 디지털 전문기업’이라는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글로벌과 디지털 부문에 힘을 주고 있다. 그룹의 글로벌 전략은 지성규 하나금융그룹 글로벌총괄 부사장이 총괄한다. 하나은행 중국법인 은행장을 지낸 지 부사장은 20년 가까이 중국에서 근무한 ‘중국통’이다.

한준성 하나금융 디지털총괄 부사장은 글로벌 통합 결제망인 글로벌로열티네트워크(GLN)를 주도하고 있다. 한 부사장은 하나금융의 인공지능(AI) ‘하이로보’ 개발의 주역이다. 삼성전자 출신인 김정한 하나금융융합기술원장과 권길주 하나금융 ICT총괄 부사장도 하나금융의 디지털 혁신을 이끄는 주요 축으로 평가받는다. 그룹의 안살림을 맡고 있는 이승열 하나금융 재무총괄(CFO) 부사장과 인수합병(M&A) 전략을 책임지는 안선종 그룹전략총괄 상무도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