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개편안 2월 입법 못하면 내년도 최저임금 고시 시한 늦출 것"전문가 토론회 개최…'기업 임금 지급 능력' 지표에 문제 제기정부가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방안을 다음 달 임시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할 경우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 시한 자체를 미루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최태호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과장은 10일 노동부 주최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전문가 토론회'에서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초안에 관해) 1월에 충분히 공론화와 의견수렴을 하고 이를 토대로 2월 초 수정된 정부안을 마련해 입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이어 "(입법이) 지연되면 2020년 적용 최저임금의 최종 고시 시점이 8월 5일 이후로 연기될 수 있지 않겠는가"라며 "입법이 4∼5월에 되면 11월 5일 등으로 최종 고시 시점을 연기하는 것도 국회에서 결정해줄 수 있지 않겠는가"라고 부연했다.다만, 그는 "혼란을 최소화하려면 2월 국회에서 입법을 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최저임금법상 최저임금 고시 시한은 8월 5일로 돼 있어 내년도 최저임금은 늦어도 7월까지는 결정해야 한다.최 과장의 발언은 최저임금 고시 시한을 늦추는 한이 있더라도 새로운 최저임금 결정체계를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에 적용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이번 토론회는 정부가 지난 7일 발표한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초안에 관한 의견수렴을 위해 마련됐다.정부 초안은 최저임금 결정에 고용 수준 등 경제적 상황을 반영하고 최저임금위원회를 전문가들로 구성된 '구간설정위원회'와 노·사·공익위원이 참여하는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토론회에서는 정부 초안이 최저임금 결정 기준으로 기업의 임금 지급 능력도 포함하기로 한 데 대해 이견이 제기됐다.박귀천 이화여대 교수는 "기업의 지급 능력이 천차만별인데 일률적이고 추상적인 기준으로 법에 넣을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의문"이라고 밝혔다.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도 "기업의 지급 능력 지표는 인위적일 수 있고 (최저임금 결정 기준에 포함하면) 변수가 많아진다"며 "최저임금 심의 과정에서 종합적으로 고려하더라도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고려할지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권 교수는 "매년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하고 그에 따라 정치적 논란이나 시장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며 "결정 과정의 논란을 반복하지 않도록 임금 수요자와 공급자의 이해관계를 반영한 결정 공식을 마련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이에 대해 최 과장은 "경제·사회적 상황이 안정적인 국가들이 공식을 만들어 활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이르지 않겠는가"라며 "시간이 지나면 우리나라에 맞는 결정 공식에 근접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망했다.구간설정위원회를 신설하는 게 '옥상옥'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전윤구 경기대 교수는 "이원화의 문제점은 옥상옥이 될 가능성"이라며 "현재 초안에 제시된 구간설정위원회 구성 방식으로 하면 옥상옥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박귀천 교수는 "(2017년 활동한) 최저임금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에서도 구간설정위원회가 옥상옥처럼 돼 구간설정위원회에서 갈등하고 결정위원회에서 또 갈등하는 게 아니냐고 우려했다"면서도 "갈등은 있을 수밖에 없는데 구간설정위가 전문가의 역할로 도움을 주면 좋을 것"이라고 기대했다.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구간설정위가 만들어지면 논의를 치열하게 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며 "의결 요건을 과반수에서 상향 조정해 최대한 타협을 모색하게 하고 결정위의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정부 초안이 구간설정위원회를 구성할 때 노·사 양측의 순차 배제 방식을 도입한 데 대해서도 문제 제기가 있었다.박 교수는 "(순차 배제 방식을 쓰는) 노동위원회는 전국적으로 풀(pool)이 커 배제를 하더라도 다양한 위원이 참여할 수 있는데 노·사가 소수의 위원을 구성하면서 순차 배제를 하면 이 분야에서 과거 소신을 밝히고 연구를 많이 한 사람이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전 교수는 "전문가는 전문가가 알아볼 수 있다"며 "구간설정위원회의 전문성을 높이고 노·사의 대리인처럼 될 사람을 전문가 그룹 자체적으로 걸러내는 방식도 생각해볼 수 있지 않겠는가"라고 제안했다.노동부는 이날 토론회를 시작으로 오는 16일에는 전문가와 노·사 양측이 참가하는 토론회를, 24일에는 대국민 토론회를 개최해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초안에 관한 의견수렴을 할 계획이다.토론회와는 별도로 21∼30일에는 온라인 설문 등을 통해 노·사단체와 국민 의견을 수렴한다./연합뉴스
“최저임금, 국가임금위원회 만들어 정부가 결정하고 책임져야”최저임금 제도개편 첫 전문가 토론회“10인이하 영세사업장에 근로자 43%…기업 지불능력 반드시 반영돼야”“구간설정위 ‘옥상옥’ 가능성…노사 의견 들어 정부가 책임지고 결정해야”“최저임금 결정구조를 이원화하는 것도 좋지만 근본적으로는 정부가 노사의 의견을 들어 결정하고 그에 대해 책임도 지는 것이 중요하다. 이른바 ‘국가임금위원회’같은 상설기구를 만들면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 식으로 이원화할 필요도 없다.”(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위원회 이원화로 갈등이 커질 우려도 있지만 구간설정위원회에서 실증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적정구간을 제시하면 노사 갈등 과정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어 결정위원회에서도 합리적으로 결정할 것으로 기대된다.”(박귀천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1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최저임금 제도개편 전문가 토론회에서는 정부가 지난 7일 내놓은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초안’에 대한 찬반 논쟁이 벌어졌다. 이날 토론회는 정부 개편안 발표 이후 첫 전문가 토론회다. 토론회에는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 전윤구 경기대 법학과 교수, 박귀천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최태호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과장이 참석했다.앞서 정부가 발표한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초안은 최저임금 결정 과정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강화하기 위해 현행 단심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는 것이 골자다. 전문가들로만 구성되는 구간설정위원회가 최저임금 인상 상·하한선을 먼저 정해주면 노·사·공익위원이 참여하는 결정위원회가 그 범위 내에서 이듬해 최저임금을 정하는 방식이다. 결정위원회 공익위원은 정부가 독점 추천하지 않고 국회나 노·사단체가 추천하게 하는 방안도 들어있다. 또 결정기준에는 기존 근로자 생계비, 소득분배 개선분 등 임금을 받는 사람의 입장 뿐만 아니라 기업 지불능력, 경제성장률 등 임금을 주는 사람과 경제상황도 반영하기로 했다.토론회에서는 최저임금위원회 이원화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권 교수는 “이원화 방안은 현행 방식보다는 진일보한 것이지만 보다 근본적인 해법은 상설 단일기구인 ‘국가임금위원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원화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옥상옥’ 가능성을 우려했다. 그는 “구간설정위원회가 상·하한 범위를 좁혀 3~5%로 정하면 결정위원회는 사실상 존재 의미가 없어지고, 권고 구간이 3~10% 정도로 넓다면 결정위원회에서는 현행 최저임금위원회에서의 갈등이 그대로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반면 박 교수는 “공익위원의 역할은 결정권을 쥔 캐스팅보터에 그치지 않고 전문적인 모니터링과 객관적인 분석을 하는 것”이라며 “옥상옥 논란도 있지만 (전문가들로 구성된) 구간설정위원회에서 갈등 절차를 한번 걸러주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맞섰다. 한편 노 연구위원은 이원화를 전제로 “구간설정위원회가 논의를 치열하게 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며 “그렇게 해야 결정위원회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최저임금 결정 기준에 새로 포함될 예정인 ‘기업의 지불능력’과 관련해서도 의견이 갈렸다. 노 연구위원은 “한국은 10인미만 사업체에서 일하는 근로자 비중이 전체의 43%에 달할 정도로 최저임금 인상 영향은 영세기업일수록 더욱 크게 미친다”며 “사업주의 예측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상당히 의미있고 상징적인 지표”라고 했다. 이에 반해 전 교수는 “지불능력이라는 기준을 일본에서 활용하고 있다지만 일본은 지역별로 최저임금을 달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황이 다르다”며 “독립적인 지표가 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박 교수도 “지불능력을 결정기준에 포함하겠다는 것은 현행 최저임금제도가 대단히 노동자 쪽에 치우쳐있다고 호도된 결과”라며 “기업별로 천차만별이고 추상적인 지불능력을 법에 명시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권 교수는 이와 관련해 결정기준을 단순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권 교수는 “경제성장률만 포함하더라도 물가상승률이나 고용수준 등을 아우를 수 있다”며 “자칫 결정기준이 많아지면 반영하는 방식과 통계를 놓고 갈등만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정부는 이날 토론회를 시작으로 16일 전문가와 노·사 양측이 참가하는 토론회를, 24일 대국민 토론회를 열고 2월에는 국회에서 입법이 이뤄지도록 할 방침이다. 최 과장은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함에 있어) 혼란을 최소화하려면 2월국회에서 입법을 완료하는게 최선”이라며 “만약 4월 이후에 입법이 된다면 현재 8월5일인 고시일이 11월로 미뤄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이 열린 10일은 정확히 취임 20개월을 맞은 날이다. 임기의 3분의 1이 지난 시점인 이날 문 대통령은 고용지표의 부진을 “가장 아쉽고 아픈 점”으로 꼽았다. 문 대통령은 ‘실물 경제지표 악화로 정책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에 “고용이 나쁘니 정부가 할 말이 없게 됐다”고 몸을 낮췄다. 이어 “정부의 가장 큰 과제”라고 말했다.문 대통령은 그러나 “정책기조가 잘못됐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기조는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보완할 점은 충분히 보완해 작년과 다르게 고용의 양과 질을 함께 높이는 한 해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문 대통령은 일자리 부진의 원인으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에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근본적으로는 오랫동안 부진과 구조조정을 겪고 있는 제조업에서 일자리가 줄고 있다”고 진단했다.이를 극복하기 위해 제조업에 혁신의 옷을 입히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문 대통령은 “제조업의 스마트화와 혁신을 통해 전통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가 많은 노력을 하겠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데이터·인공지능·수소경제 등 3대 기반경제를 집중 육성하는 것은 물론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 전통 주력산업 역시 혁신과 접목해 성장을 촉진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기도 했다.문 대통령은 “지역의 성장판이 열려야 국가 경제의 활력이 돌아온다”며 “지역 주력산업의 구조조정 등으로 경제에 어려움을 겪는 지역에 14개의 지역활력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공공인프라 사업은 엄격한 선정 기준을 세우고 광역지방자치단체당 한 건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해 조기 착공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문 대통령은 향후 개각에서 정책기조와 의견을 달리하는 인사를 발탁할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은 “정책의 보완점은 각 부처 장관이 토론해 반영해야 한다”며 “하지만 기조가 결정됐는데 개인의 생각을 주장하면 ‘원팀’으로 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탕평인사와는 다른 차원”이라고 못 박았다.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