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FTA 맺지말자"
핵심 동맹과 '反中연합' 추진

美·中, 미국산 구매 확대 합의
이견 좁혔지만 타결은 '먼 길'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EU)이 중국을 겨냥해 기술이전 강요와 관련한 강제 개선책, 국가 안보를 위한 투자 심의와 수출 통제 등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9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세코 히로시게 일본 경제산업상, 세실리아 말름스트룀 EU 통상담당 집행위원과 만난 자리에서다. 중국을 꼭 집어 거론하진 않았지만 누가 보더라도 중국을 겨냥했다. 미국이 ‘반(反)중국 무역연합’을 추진하며 ‘중국제조 2025’ 등을 문제 삼은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베이징협상 끝나자마자…美, 日·EU 불러 "中 기술도둑질 응징"

미국과 일본, EU는 이날 회동에서 수출 보조금과 관련해 다른 세계무역기구(WTO) 주요 회원국이 참여할 수 있도록 행동 지침을 명문화하기로 했다. USTR은 “이들 정책과 관행 때문에 심각한 생산 과잉이 유발되고 노동자와 기업에 불공정한 경쟁 여건이 조성된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미국의 ‘중국 때리기’ 논리와 같은 맥락이다.

미국은 이미 지난해 10월께부터 일본과 EU를 끌어들여 ‘반중국 무역연합’을 추진해왔다. 당시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중국에 맞설 ‘의지의 무역연합’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미국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대체한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에 중국을 겨냥해 ‘비시장 경제국과 FTA 체결 배제’ 조항을 집어넣었다.

미국은 현재 일본, EU와 양자 무역협상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비슷한 조건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U와 일본이 ‘중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겠다’고 하면 중국의 입지가 크게 줄어든다. EU와 일본은 선뜻 수용하지 않고 있지만 무작정 거부하기도 어려운 처지다.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협상에서도 압박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USTR은 지난 7~9일 베이징에서 열린 차관급 무역협상에 대해 “농산물과 에너지, 공산품 등 상당한 양의 미국산 제품을 구매하겠다는 중국 측의 약속에 논의를 집중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미국은 ‘언제까지 얼마를 구매할지’ 구체적인 시간표까지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USTR은 특히 “이번 협상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이 투자하는 미국 기업에 대한 기술이전 강요, 지식재산권 도용, 비관세장벽, 사이버 절도 등에 대한 중국의 구조적인 변화를 달성하겠다는 관점에서 열렸다”고 강조했다.

반면 중국 상무부는 성명에서 기술이전 강요 등 구조적 문제에 대한 언급 없이 “양국 정상의 공통 인식을 적극적으로 실현하는 가운데 공통으로 관심을 둔 무역 문제와 구조적 문제에 관해 광범위하고 깊은 의견을 나눴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가 ‘굴욕 협상’이란 비난을 우려해 이번 협상 내용이 구체적으로 알려지는 걸 꺼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중 협상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WSJ는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의 미국산 제품 구매, 미국 자본에 대한 중국의 추가적인 시장 개방 등에 대해서는 진전을 이뤘지만 중국의 자국 기업에 대한 보조금 축소나 지식재산권 보호 등에 대한 이견은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미·중이 이견을 확인하고 좁히는 데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협상이 언제 타결될지는 알 수 없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무역협상을 총괄하는 류허 중국 부총리가 이달 22~25일 스위스에서 열리는 다보스포럼 이후 워싱턴DC를 방문해 후속 협상을 벌일 것으로 내다봤다.

워싱턴=주용석/베이징=강동균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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