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노동조합(노조)이 이달 7~8일 1박2일 총파업 일정에 돌입했다.(사진=한경닷컴 김은지 기자)

KB국민은행 노동조합(노조)이 이달 7~8일 1박2일 총파업 일정에 돌입했다.(사진=한경닷컴 김은지 기자)

"근로조건을 개선하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악화시키진 말아야 할 것 아닙니까."

KB국민은행이 19년 만에 대대적인 총파업에 돌입했다. 국민은행 노동조합은 직원들의 권리를 찾을 때까지 투쟁을 지속한다는 입장이다. '귀족노조'라는 프레임에는 강력히 항변했다.

8일 KB국민은행 총파업에서 만난 30대 행원 A씨는 "노조의 파업을 바라보는 외부의 인식을 잘 알고 있다"며 "노조는 단순히 성과급을 얻기 위해 파업에 나선 것이 아니다"고 힘주어 말했다.

국민은행 노조는 전날 오후 9시부터 서울 송파구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파업 전야제를 열었다. 밤샘 집회 후 이날(8일) 총파업에 나섰다.

행원 A씨는 전일 저녁 7시께 대전에서 대절 버스를 타고 잠실 체육관으로 올라왔다. 소속 지점의 절반이 넘는 인원이 파업에 참가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근로조건이 점점 악화되고 있는데, 페이밴드가 가장 큰 차별을 낳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승진이 단순히 개인 역량에 달린 것은 아니다. 성과 평가가 정당하게 이뤄지는 것이 아닌 상황에서 페이밴드를 확대하는 것은 직원들을 사지에 내모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페이밴드는 직급별로 기본급 상한을 설정해 연차가 차더라도 승진을 못 하면 임금이 제한되는 제도다. 국민은행은 직원 생산성 제고를 이유로 이를 도입해 2014년 입사한 신입 행원들부터 이를 적용했다.

사측은 페이밴드를 전 직원에 확대 적용하고자 하고, 노조는 이를 폐지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파업에 참여하기 위해 부산에서 올라온 20대 행원 B씨는 자신을 페이밴드 대상 직원이라고 소개했다.

2015년 국민은행에 입행한 B씨는 "입사 당시에는 페이밴드에 대한 설명을 전혀 듣지 못했다"며 "페이밴드에 전적으로 반대한다"고 말했다.

B씨가 근무 중인 지점은 10명 남짓한 직원들이 근무 중인데 이 중 절반이 파업에 참여했다. B씨는 "지점에 속한 모든 직원이 파업 참여 뜻을 밝혔으나, 지점장께 미안한 마음이 들어 일부 직원들이 파업에 오지 않고 지점에 남았다"고 했다.
KB국민은행 노동조합(노조)이 이달 7~8일 1박2일 총파업 일정에 돌입했다.(사진=한경닷컴 김은지 기자)

KB국민은행 노동조합(노조)이 이달 7~8일 1박2일 총파업 일정에 돌입했다.(사진=한경닷컴 김은지 기자)

노조는 사측이 조합원들의 파업을 저지하기 위해 지점장, 본부장 등에 지속적으로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총파업 선두에서 조합원들을 지휘하는 박홍배 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경영진들이 지점장과 본부장들을 몰아세워 직원들의 파업 참여를 막았다"며 "지점장, 본부장들은 직원들과 개별 면담, 전화 통화를 통해 지점에 남아달라 요청하거나 협박했다"고 설명했다.

파업에 참여한 1만여 명(노조 집계·회사 집계 5171명)의 조합원들은 이날 '총파업'이라는 글자가 적힌 붉은띠를 머리에 동여맸다. 손에 든 피켓에는 "산별합의 준수하고 조합원과의 약속을 이행하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체육관 내부에는 '약속을 지켜라', '산별합의 이행하라', 쟁취하자! 임단투 승리' 등을 담은 현수막이 곳곳에 붙었다. '말로만 최고의 보상, 경영진은 사퇴하라!'는 내용의 현수막도 눈길을 끌었다.

성과주의를 내세운 허인 국민은행장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최고의 성과를 낸 만큼 최고의 보상을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남에서 올라온 40대 행원 C씨는 "허인 행장이 취임 후 성과주의를 내세우면서 실적 압박이 거세졌다"며 "받는 연봉 이상의 성과를 냈고, 은행에 돈도 벌어다 줬지만 막상 협상에 들어간 허인 행장이 말을 바꿨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총파업 선포식에서 △신입행원들에게 적용된 페이밴드(호봉상한제) 폐지 △임금피크제 진입 시기 1년 연장 △기간제 근로자의 무기계약직 전환 등을 끝까지 요구하겠다고 선언했다.

한편 허인 행장은 전날 직원 담화방송을 보내 "보로금에 미지급 시간 외 수당을 합쳐 300%의 성과급을 지급하겠다고 노조에 전했다"고 밝혔다. 다만 조건을 내걸었다. 전 직원에 페이밴드 확대 적용·임금피크 진입 시기 등을 사측의 의견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허 행장은 "파업이라는 '파국의 길'을 걷는 것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간절함으로 대화의 불씨를 이어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한편 노조는 이날 총파업 이후 노사 협상에 진전이 없을 시 이달 31일, 다음달 1일 이틀에 걸쳐 2차 총파업을 벌이기로 했다. 3차 총파업은 오는 2월 26~28일, 4차 총파업은 3월 21~22일로 예정됐다. 5차 총파업은 3월 27~29일이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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