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투자자들은 "글로벌 시장은 안중에도 없다" 쓴소리
금리인상 반대한 WSJ "연준, '지표 옳고 시장 틀렸다'에 베팅"
경제지표는 미국경제의 호황을 말하고 금융시장은 미국경제의 침체 가능성을 경고하는 상황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시장의 신호를 무시한 채 경제지표에만 베팅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JS)은 19일(현지시간) 연준 통화정책에 대한 해설기사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지표가 옳고 시장이 틀렸다는데 베팅했다"고 주장했다.

WSJ은 전날 사설을 통해 경제성장 둔화 우려와 금융시장 혼란 등을 지적하며 연준의 금리 인상 중단을 촉구한 바 있다.

이 사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다시 소개해 주목을 받았다.

WSJ은 파월 의장이 기준금리를 올리고 내년 추가인상까지 시사함으로써 지표를 중시한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파월 의장이 경제학자로 훈련받은 인물도 아니면서 지표, 경제모델을 짜 맞춰 경제와 전망을 그림으로써 경제학자 출신 전임자와 똑같은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장은 그런 절차에 입력되는 내용물(input)이지만 시장의 예측 그 자체에 전혀 무게가 실리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WSJ은 파월 의장이 지표에만 의존해 쉬운 결정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경제성장률, 실업률이 연준이 기대하는 대로 나온 데다가 불안한 면이 있던 주택, 신규실업도 최근에 개선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WSJ은 미국의 경제성장 둔화가 아직 시작된 것이 아니고 이미 노동시장이 과열 조짐을 보이며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기준금리는 '제로'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연준 결정도 타당한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글로벌 경제성장이 둔화하고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목표치 2% 아래이며 주가 하락과 수익률 곡선의 평탄화(미국 국채의 장단기 금리차 축소)가 더 급격한 경기둔화를 가리키고 있다는 점 등 금리 인상을 중단할 근거가 묵살된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WSJ은 파월 의장이 "거시경제 견지에서 따질 때 단독으로 지배적인 지표가 되는 시장은 하나도 없다"고 선언함으로써 시장을 지표로 간파할 수 없는 것을 얘기하는 주체로 보기를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파월 의장이 향후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 더 애매하게 말해 시장이 옳았고 지표가 나중에 악화할 가능성을 대비할 수 있었으나 그렇게 하지도 않았다고 강조했다.

WSJ은 "주식시장이 최근 5차례 불황 가운데 9차례 예측에 적중했다(실제로 오지 않을 불황 가능성에 자주 호들갑을 떤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지만 실제로 유효한 기록은 연준은 불황을 한 차례도 예측한 적이 없다는 것"이라고 냉소를 퍼부었다.

미국뿐만 아니라 미국 외부에 있는 시장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에게서도 쓴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카르멘 라인하트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는 "연준이 선진국과 신흥국을 포함해 글로벌 시장 전반의 변동성에는 특히 신경을 안 쓴다"고 지적했다.

라인하트 교수는 "비둘기파적 견해가 가미된 것은 실물경제가 아닌 완만해진 미국 인플레이션 때문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헤지펀드 운용사인 헤이먼캐피털매니지먼트의 창업자 카일 배스는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 때문에 신흥시장에 이미 적색등이 들어왔고 미국도 내년 말께 경기침체에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며 "파월 의장은 충분히 완화적이지 않았고 시장은 그에게 낙제점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