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곳곳에서 택시 잡기 '전쟁'…발만 구르다 버스·지하철 찾아
"그 많던 택시는 어디로 갔나요" 택시업계 파업에 출근길 낭패
"난감하네요. 그 많던 택시는 다 어디로 갔는지…"

늦은 밤까지 이어진 송년 술자리가 남긴 숙취에 승용차를 두고 출근길에 나선 시민 김모(38)씨는 카카오 택시와 콜택시 모두 배차를 거절당했다며 30여분간 거리에 서서 발을 굴렀다.

김씨는 이러다가 지각하겠다고 싶어 스마트폰 지도로 버스 노선을 검색하며 급한 걸음을 옮겼다.

카풀 도입에 반대하며 택시업계 파업이 전국적으로 시작된 20일 오전 광주 거리 곳곳에서 택시를 기다리다가 낭패를 본 시민을 만날 수 있었다.

20분가량 기다림을 이어가던 시민은 버스승강장으로 발길을 옮기면서도 행여나 빈 택시가 오지는 않을까 봐 수시로 도로를 내다봤다.

서구 거리에서 택시를 기다리던 최모(73) 씨는 "아내가 대학병원에 입원했는데 수술을 앞두고 있다"며 "수술 시간이 다 돼가는데 택시가 잡히지 않아 큰일이다"며 바싹 타들어 가는 심정을 드러냈다.
"그 많던 택시는 어디로 갔나요" 택시업계 파업에 출근길 낭패
등굣길 학생도 사정이 급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고교생 박모(18) 양은 "아침 시간을 절약하려고 택시를 자주 타는데 이렇게 오래 기다리기는 처음이다"며 "이미 체념했고 올 때까지 기다려볼 것"이라고 말했다.

유동인구가 많은 도심이나 출근·등굣길 시민이 쏟아져나온 아파트단지와 달리 기차역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었다.

KTX 정차역인 송정역은 지하철과 연계된 덕분인지 승강장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가 그나마 줄지어 서 있었다.

송정역에서 이어진 지하철역으로 걸음을 옮기던 최모(45)씨는 "평소 같았음 택시를 탔을 텐데 오래 기다려야 할 것 같아서 지하철을 타러 간다"며 "저녁에 술자리 모임이 있는데 오늘은 대리기사 부르기도 쉽지 않을 거 같아 일찍 들어가야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