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 年 150억 내라"…김포공항서 은행점포 사라질 위기
김포공항이 내년부터 은행 점포 없는 공항으로 전락할 위기에 빠졌다. 한국공항공사가 연간 150억원에 이르는 임대료를 은행에 요구해 은행들이 입점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9일 금융계에 따르면 공항공사는 지난 7일 ‘김포·청주국제공항 은행 운영자 선정 재입찰’을 진행했지만 참가한 은행이 단 한 곳도 없어 입찰이 무산됐다. 공항공사는 내년 1월부터 5년간 김포공항 국내선·국제선, 청주공항 국내선·국제선에 입점할 은행을 선정하기 위해 입찰을 진행했다. 지난달 말 이뤄진 1차 입찰에 신한은행이 참가했으나, 재입찰에는 신한은행도 응하지 않았다.

은행들이 응찰을 포기한 것은 공항공사가 조건으로 내건 최소 임대료가 과다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김포공항 국내선 A와 국내선 B, 김포공항 국제선(청주공항 입점권 포함)에 공사 측이 제시한 최소 임대료(부가가치세 포함)는 각각 145억2000만원과 148억5000만원, 130억9000만원 수준이다.

은행 관계자들은 “매년 130억원 이상의 임대료를 내면 대규모 적자를 면할 방법이 없다”며 “공항공사가 임대료를 대폭 내리지 않는 한 계속 유찰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은행들은 최소 임대료를 요구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보고 있다. 한 은행 임원은 “5년 전만 하더라도 이 같은 방식의 입찰제가 아니어서 각 은행이 적자 규모와 은행 홍보 등을 감안해 자체 판단에 따라 입찰에 참가했다”며 “공항공사가 제시한 최소 임대료는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은행 임원도 “최근 총리실에서 은행 관계자들을 불러 인천공항 점포의 환전 수수료율을 낮추라고 압박한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

은행들은 공항공사가 최소 임대료 요구를 거둬들이거나 임대료를 낮춰야 김포공항에 들어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공항공사는 현재 입점해 있는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에 연말까지 임대 보증금 200억원가량을 돌려줘야 하는 상황이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