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인싸템 '움직이는 토끼모자'도 정품이 있다고?
‘움직이는 토끼모자’가 인기다. 이 모자는 아이돌 가수와 팬들 사이에서 유행하기 시작해 올겨울 가장 주목받는 패션 소품 중 하나가 됐다. 서울 강남역 등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상가 등에서 토끼모자를 팔지 않는 곳을 찾기 힘들 정도다.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패션잡화 인기 검색어에서 ‘움직이는 토끼모자’가 4주 연속 1위를 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에서 해시태그 ‘#토끼모자’를 단 게시물은 3만7000개(5일 기준)에 달한다.

토끼모자 원리는 간단하다. 길게 늘어진 모자 손잡이를 누르면 양쪽에 달린 토끼귀가 쫑긋 올라간다. 아이돌 팬미팅에서 팬들이 가수에게 선물하면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아이돌 가수가 노래에 맞춰 토끼 귀를 움직이는 영상 등이 인터넷으로 급속히 퍼졌다. 최근 방송된 예능 프로그램에서 연예인들이 잇따라 쓰고 나오면서 더욱 화제가 됐다.

정식 상표명도 없다. 그냥 ‘움직이는 토끼모자’로 부르는 까닭에 정품 여부도 사람들의 관심사가 될 정도다. 포털 연관 검색어에 ‘정품’이라는 단어가 뜨고, 유튜브에서 ‘움직이는 토끼모자 정품 구별법’이라는 영상의 조회수는 33만 회가 넘는다. 귀 모양과 혓바닥 색상 등으로 정품과 유사품을 구별할 수 있다는 소문도 무성하다.

움직이는 토끼모자를 처음 기획했다는 권용태 월리샵 대표를 만났다. 월리샵은 경기 평택에 있는 키덜트 소품 가게다. 매장뿐만 아니라 인스타그램 등에서 캐릭터 소품 등을 판매한다. 권 대표는 “평소 토끼 디자인을 좋아해 이를 활용한 소품을 수입해 팔고 있었다”며 “튜브로 움직이는 말 장난감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제품을 생산했다”고 했다.

권 대표는 올 1월 토끼모자를 직접 디자인한 뒤 중국에서 생산했다. 그는 “처음엔 700개를 만들었는데 몇 달 동안 주문이 거의 들어오지 않다가 지난 4월 팬들이 아이돌 가수에게 선물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인기를 예상하지 못한 권 대표는 상표나 특허 출원 등을 하지 않았다. 움직이는 토끼모자가 화제가 되자 유사 제품이 쏟아져 나왔다. 다른 동물 캐릭터를 활용하거나 불빛이 나오는 제품도 나왔다. 권 대표는 “월리샵에서 직접 판매한 것만 10만여 개에 달한다”며 “공장에서 생산하는 속도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주문량이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토끼 인형의 인기 요인을 놀이와 투영심리라고 분석한다. 자신이 내고 싶은 표정 등을 토끼를 통해 재밌게 전달하며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대부분 1만원 안팎에 팔리고 있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