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디지털 혁신’을 앞세워 세계 최대 건설기계 시장인 중국에서 승부수를 띄웠다. 건설기계와 발전 플랜트 등 굴뚝산업으로 성장해온 두산은 전통적 제조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한다는 목표다.박 회장은 29일 중국 상하이 신국제엑스포센터에서 열린 아시아 최대 건설기계 전시회 ‘바우마 차이나 2018’을 찾아 최신 산업 동향을 살피는 한편 중국 시장 공략 방안을 점검했다. 그룹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이현순 부회장과 지주회사인 (주)두산의 동현수 부회장, 손동연 두산인프라코어 사장 등 주요 경영진이 동행했다.박 회장은 두산인프라코어 전시장을 찾아 5세대(5G) 이동통신 기반의 건설기계 원격제어 기술을 직접 시연했다. 그는 전시장에 마련된 5G 원격제어 스테이션(관제센터)에서 모니터를 보며 약 880㎞ 떨어진 두산인프라코어 인천공장의 굴착기를 원격으로 무인 조종했다. 가상 시뮬레이션이 아니라 실제 장비로 초장거리 건설기계 원격제어에 성공한 것은 세계 최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당초 하루 2회만 상하이~인천 간 원거리 조종 시연회를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현지 딜러사와 관람객들의 요청이 많아 중단 없이 온종일 시연회를 열었다. 박 회장은 “디지털 혁신으로 중국 시장에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두산인프라코어는 ICT를 활용해 건설기계를 원격으로 점검하는 텔레매틱스 서비스 ‘두산커넥트’를 중국과 유럽, 북미 시장에서 운영 중이다. 지난 4월엔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포테닛’과 투자계약을 맺고 건설기계 무인화·자동화 기술 고도화에도 나섰다. 박 회장은 현장 임직원에게 “전통적 제조업일수록 디지털 혁신을 통한 차별화의 결과는 더욱 크게 나타난다”며 “첨단 기술을 고도화하고, 디지털 혁신 과제들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해 나가자”고 당부했다.박 회장은 2016년 그룹 회장 취임 직후 첫 해외 사업장 방문지로 중국을 찾은 뒤 매년 한 차례 이상 방문하는 등 중국 시장에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다.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해 중국에서 전년보다 두 배 이상 급증한 1만851대의 굴착기를 판매했다. 올 들어서도 세 분기(1~9월) 만에 작년 판매량을 돌파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두산의 중국 시장 매출은 2015년 6000억원에서 지난해 1조400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상하이 '바우마 차이나' 전시회 참관…5G 원격으로 인천 굴삭기 작동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중국에서 열리는 아시아 최대 건설기계 전시회를 찾아 "디지털 혁신으로 중국 시장에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29일 두산그룹에 따르면 박 회장은 이날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건설기계 전시회 '바우마 차이나'(Bauma China)를 방문해 이현순 두산그룹 최고기술책임자(CTO), 동현수 ㈜두산 부회장, 손동연 두산인프라코어 사장 등 최고 경영진과 함께 산업 동향을 살펴보고 중국 시장을 점검했다.박 회장은 특히 이번 전시회에서 참가 업체들의 부스를 돌아보며 디지털 및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최신 건설기계 기술에 관심을 나타냈다.두산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최근 전사적으로 '디지털 전환'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두산인프라코어의 경우 ICT를 활용해 건설장비를 원격으로 점검하는 텔레매틱스 서비스 '두산커넥트'를 중국과 유럽, 북미 시장에서 운영 중이다.지난 4월에는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 스타트업인 '포테닛'과 투자계약을 맺고 건설기계 무인화·자동화 기술 고도화에 나섰다.이번 상하이 전시회에서 두산인프라코어는 5G 통신을 기반으로 하는 원격제어 기술을 처음 공개했다.박 회장은 전시장에 설치된 5G 원격제어 스테이션에서 모니터를 보며 두산인프라코어 인천공장에 있는 굴삭기를 원격으로 작동시키는 등 기술력을 점검했다.이번처럼 국가 간 원격제어로 실제 작업을 시연한 것은 두산인프라코어가 처음이며, 전시장에서 오차 없이 성공적으로 진행됐다고 두산그룹은 전했다.박 회장은 "전통적 제조업일수록 디지털 혁신을 통한 차별화의 결과는 더욱 크게 나타난다"면서 "첨단 기술을 고도화하고 디지털 혁신 과제들을 지속해서 추진해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해 나가자"고 말했다.박 회장은 2016년 취임 직후 첫 해외 사업현장 방문지로 중국을 택하고 이후 매년 한 차례씩 중국을 방문하는 등 중국 시장에 각별히 신경 써왔다.두산의 중국 시장 매출은 ㈜두산 자체사업과 두산인프라코어의 실적 호조를 바탕으로 2015년 6천억원에서 지난해 1조4천억 원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특히 두산인프라코어는 작년 한 해 중국 시장에서 총 1만851대의 굴삭기를 팔아 전년도 판매량의 2배를 넘겼고, 올해는 8개월 만에 연간 판매량 목표치를 조기 달성했다./연합뉴스
두산그룹은 급변하는 사업 환경에서도 경쟁력을 잃지 않기 위해 품질관리에 힘을 쏟고 있다. 최고 수준의 제품을 생산해 근원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면 경영 여건이 악화돼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제품 품질을 끌어올려 시장 지위를 공고하게 지키는 동시에 새로운 기술을 적극 수용해 품질 수준을 꾸준히 업그레이드한다는 계획이다.두산인프라코어가 집중하고 있는 차량용 엔진 ‘G2’가 대표적 사례다. 이 엔진은 소형 농기계와 건설기계에 주로 쓰인다. G2엔진은 가장 강력한 배기규제인 ‘티어4 파이널’을 충족한다. 높은 출력을 내면서도 연료 소비가 적다. 연료를 연소한 이후 생기는 배기가스도 동급 엔진 중 가장 적은 편이다.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인정받아 2013년 ‘올해의 10대 기계 기술’ ‘IR52 장영실상’에 선정되기도 했다.두산인프라코어의 DX12 발전기 엔진도 높은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3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국제전시회장에서 열린 ‘2018 중동 전력 전시회’에서 DX12 발전기 엔진의 전자식 모델 시제품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 모델은 디젤 연료를 고압으로 공급해 분사하는 전자 시스템인 ‘커먼레일 시스템’ 등을 적용한 고성능·친환경 엔진이다.두산밥캣은 소형 건설기계의 품질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두산밥캣은 지난해 두산인프라코어의 중국 쑤저우 공장을 인수해 소형 건설장비 생산기지로 전환했다. 이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을 기반으로 중국 및 신흥시장 맞춤형 브랜드 ‘어스포스’를 내놓았다. 제품 성능과 내구성을 밥캣 제품과 비슷하게 유지하면서도 가격을 낮춘 게 특징이다. 두산밥캣은 지난 5월 인도 시장에 공식 진출했다. 인도는 세계 3대 소형 건설기계 시장으로 평가받는다. 시장 규모는 연 1조3000억원에 달한다.두산중공업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전사적인 디지털 혁신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품질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두산중공업은 6월 글로벌 정보기술(IT)기업 SAP와 발전 및 해수담수화 사업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양사는 두산중공업의 발전 기자재 설계·제작 역량 및 운영 노하우와 SAP의 IT 역량을 결합해 디지털 발전설비 운영 솔루션을 개발하기도 했다. 새로운 사업모델도 함께 발굴할 계획이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이번 협약은 그동안 추진해온 디지털 전환 프로젝트의 연장선상”이라며 “앞으로 국내외 시장에서 디지털 솔루션을 적용한 발전 서비스 사업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두산중공업은 2013년부터 ‘디지털 이노베이션’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이 조직은 발전 플랜트의 고장을 사전에 예측하는 프로그램과 스마트폰으로 풍력발전기 운영 현황을 실시간으로 점검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