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준서 씨즈커피코리아 사장이 경기 용인 본사 전시장에서 기타를 연주하고 있다.  /김낙훈 기자
임준서 씨즈커피코리아 사장이 경기 용인 본사 전시장에서 기타를 연주하고 있다. /김낙훈 기자
경기 용인에 씨즈커피코리아가 있다. 한국외국어대 용인캠퍼스 부근이다. 이 회사를 창업한 임준서 사장의 도전은 끝이 없다. 그는 1942년생으로 올해 만 76세다. 그는 지난 9월 또 다른 도전에 나섰다. 뜨거운 물을 부어 마시는 우유다. 이를 ‘즉석우유’라고 명명했다.

날이 추워지면 따뜻한 우유 한 잔이 그리워진다. 특히 겨울철 바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배가 출출해지면 김이 무럭무럭 나는 호빵에 따끈한 우유 한 잔으로 배를 채우고 싶어한다. 이런 생각에 착안해 탈지분유에 적당한 영양분을 섞어 가루로 만들었다. 이를 컵에 담아 편의점에서 판다. 뜨거운 물만 부으면 즉석에서 따뜻한 우유를 맛볼 수 있다.

"뜨거운 물만 부으면 간편하게 '즉석우유' 마실 수 있죠"
9월 하순 이를 출시한 뒤 GS25 CU 세븐일레븐 등 주요 편의점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 제품의 특징은 두 가지다. 따뜻하게 마실 수 있다는 점과 유통기간이 길다는 것이다.

임 사장은 “유통기간이 2년에 이른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출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성공여부를 논하긴 이르지만 히트상품 반열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생산제품은 흰우유 바나나맛우유 커피우유 등이다.

단지 국내시장에 팔기 위해 개발한 게 아니다. 임 사장은 “러시아와 몽골에 시제품을 내보냈다”며 “해외시장 개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아로니아꿀차, 자몽꿀차, 생강꿀차, 한라봉유자꿀차도 선보였다.

제조업에 대한 그의 도전은 지천명이 넘어 시작됐다. 충북 제천 출신으로 중동고 경희대를 나온 그는 국내에서 건자재 유통을 하며 돈을 많이 벌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일이 겹치면서 모두 정리하고 미국으로 건너갔다가 커피사업을 구상한 뒤 귀국해 창업했다. 그때가 53세. 남들이 은퇴를 준비할 나이에 서울 삼선교 부근 지하실 한 칸을 빌려 창업했다. 이때가 1995년. 처음엔 헤이즐럿 커피 원두를 남대문 시장 등에 공급했다. 외환위기 이후 즉석 커피를 개발해 편의점에 납품하기 시작했다.

2004년 경기 광주로 공장을 이전한 뒤 2010년 용인에 연면적 1650㎡의 공장을 인수했다. 2016년에는 기존 공장 옆에 신축 건물 2개 동을 증축했다. 이로써 전체 공장의 연면적은 종전의 2배가 넘는 3750㎡로 늘어났다.

사옥 내 바리스터 교육과정도 개설했다. 평일에도 교육생으로 북적인다. 카페매니저 과정, 커피바리스타 과정, 로스팅 특별 과정, 핸드로스팅 체험과정을 운영한다. 커피의 역사와 종류 등을 그림으로 보여주는 공간도 있다. 이를 통해 기본 지식을 익히고 공장을 견학한 뒤 바리스터로 입문하는 과정을 두루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커피에 관한 모든 것’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인근 에버랜드에 관광객이 몰리는 점에 착안해 이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의 도전정신은 어디서 나올까. 즉석커피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좋은 제품, 맛있는 제품을 간편하게 마실 수 있다면 왜 성공하지 못하겠는가’라는 확신을 새로운 사업아이템으로 연결시켰다. 확신이 바로 도전정신의 원천이다. 그는 “사업가는 때로는 경영학 서적을 읽거나 남의 조언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도 있지만 더욱 중요한 건 스스로 확신하는 일에 승부를 거는 것”이라고 말했다. 때로는 좌절을 겪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그의 집무실 한쪽엔 기타가 놓여 있다. 사업에 지칠 땐 어김없이 기타를 잡는다. 대학 1학년 때 배운 것이다. 요즘도 올드팝이나 ‘내 나이가 어때서’ 같은 가요를 연주하며 위로를 받는다.

임 사장은 “기타는 반세기 넘도록 동행해온 인생의 반려자이자 도전정신을 부추기는 삶의 원동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