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실업률, 외환위기 영향 있던 2001년 수준…고용률은 높아
경제활동인구 늘면 실업률 오를 수도…주력산업 일자리 개선해야
실업률 높아졌다면, 반드시 '고용 위기'일까
올해 4월 실업률은 외환위기 여파가 채 가시지 않은 2001년과 같은 수준이었다.

같은 실업률을 근거로 4월의 고용 상황이 17년 전과 같은 '위기 상황'이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단정은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 상당수 전문가의 지적이다.

'위기'에 대한 판단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고용률 등 다른 지표를 함께 보지 않고서는 17년 전과 상황이 '완전히' 같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21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4월 실업률은 4.1%로 17년 전인 2001년 4월과 같다.

4월 기준 실업률은 2000년 4.5%로 정점을 찍은 뒤 꾸준히 하락해 2008년 3.2%까지 낮아졌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반등하면서 지난해 4.2%까지 상승했다.

다시 외환위기 당시 수준에 근접해가는 모양새다.

2000년 이후 추세적으로 U자형을 그리며 상승하는 실업률은 최근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고용 위기론의 주된 근거 중 하나다.

하지만 올해와 2001년 상황을 더 자세히 비교하면 다른 해석의 여지도 있다.

실업률이 같다고 해도 고용률 등 다른 지표는 상황이 다르다는 점에서다.
실업률 높아졌다면, 반드시 '고용 위기'일까
올해와 2001년을 비교하면 실업률은 같지만, 고용률은 올해가 1.5%포인트나 높다.

고용률은 15세 이상 인구 대비 취업자 비율이다.

고용률 상승은 분명 고용 상황 개선 신호 중 하나다.

고용률이 높아졌다는 것은 이 기간 늘어난 인구보다 더 많은 일자리가 생겼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구보다 많은 일자리가 생겼음에도 실업률은 왜 개선되지 못하고 2001년 '위기' 수준에 그대로 머문 것일까.

여기에는 취업을 위해 노동시장에 뛰어드는 경제활동인구(실업자+취업자)가 일자리보다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난 영향이 일부 있다.

실업률은 경제활동인구 대비 실업자의 비율을 뜻하는 것으로 일을 구하려는 구직자의 취업 애로 정도를 보여준다.

실업률은 구직자가 찾는 일자리 숫자 자체가 줄면 상승하지만, 일을 찾으려고 하는 경제활동인구가 빠른 속도로 늘면 실업자가 증가하면서 실업률이 상승하기도 한다.

비경제활동인구였던 학생이 공무원 시험 등 대규모 채용 기간에 '통계상 신분'이 경제활동인구인 구직자로 바뀌면서 일시적으로 실업률이 급등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실업률 높아졌다면, 반드시 '고용 위기'일까
최근 실업률 상승은 일자리가 충분히 늘지 않은 측면도 있지만, 추세적으로 경제활동인구가 큰 폭으로 늘어난 영향도 있다는 것이 통계청의 분석이다.

실제로 경제활동 참가율은 올해 4월 63.5%로 2001년(62.0%)보다 1.5%포인트나 높았다.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주부·학생·노인 등 비경제활동인구 비율이 낮아졌다는 뜻과 같다.

경제활동 참가율은 통상적으로 경기가 좋을 때 상승하는 경향이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 등 구조적 영향도 크다.

2001∼2018년 기간에 경제활동 참가율이 오른 것은 노인들의 경제활동이 활발해진 점이 주된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사회활동을 하는 여성이 점차 늘어난 점도 비경제활동인구를 줄여 경제활동 참가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재택근무, 파트타임 등 다양한 일자리가 늘면서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부부들도 많아지는 추세다.

선진국의 실업률이 후진국보다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는 것도 이런 경제활동 참가율 차이와 관련이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덴마크(5.7%), 스웨덴(6.7%) 등 상당수 북유럽 국가의 실업률은 우리나라(3.7%)를 웃돈다.

프랑스(9.4%), 영국(4.3%), 미국(4.4%) 등도 실업률이 우리보다 좋지 않다.

이들 국가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70∼79%로 모두 우리나라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노동시장 참여가 활발할수록 실업률이 높아질 수 있는 속성을 고려해 실업률 외에 다양한 고용 지표를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업률 높아졌다면, 반드시 '고용 위기'일까
하지만 과거 위기 때보다 개선된 고용률과는 별개로 최근의 높은 실업률은 그만큼 실직자의 고통이 작지 않은 상황을 뜻한다는 점에서 정책적 노력이 총동원돼야 한다는 요구는 여전히 유효하다.

특히 최근 취업자 증가 폭이 정부의 목표 수준에 크게 미달하고 있고, 제조업 등 주력산업 일자리가 부진한 점은 시급히 개선이 필요한 대목이다.

상승세를 보이던 고용률도 전년과 비교해 최근 9개월째 내리막이라는 점도 고용 부진 우려에 힘을 싣고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경제활동참가율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경제 주체의 근로 의지가 높다는 뜻"이라며 "실업률이 같다고 해도 과거 상황과 비교하려면 고용률이나 경제활동 참가율 등 지표를 같이 봐야 정확한 분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