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벌에 4만9900원.’

'강남 스타일'로 떠오르는 홈쇼핑 패션
과거 홈쇼핑 화면에서 자주 볼 수 있던 문구다. 홈쇼핑 옷은 백화점 제품에 비해 품질이 낮은 ‘싸구려’로 인식되곤 했다. 소비자의 기대도 크지 않았다. 한 철 입으면 그만이란 소비자가 많았다.

지난 12일 오전 8시. 롯데홈쇼핑 자체상표(PB)인 LBL의 무스탕코트 판매 생방송이 시작됐다. 코트 한 벌 가격은 130만원대. 홈쇼핑 패션상품으로는 고가여서 ‘흥행’을 예상하기 어려웠다. 방송 30분 만에 11억원어치가 팔렸다. 예상치 못한 ‘대박’이었다.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부산 해운대구, 대구 수성구 등 고소득층이 많이 사는 5개 지역에서만 총 150여 벌, 1분에 5벌씩 팔려나갔다.

홈쇼핑 패션의 고급화

홈쇼핑 옷이 확 달라졌다. 업계가 최정상급 디자이너와 손을 잡거나 해외 브랜드를 단독으로 출시하는 등 고급화에 나서면서다. 홈쇼핑 전체 시장에서 강남3구, 해운대구, 수성구 지역의 구매 비율은 수년째 큰 변동이 없지만 고가 패션 분야에선 5개 지역의 구매 비율이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CJ오쇼핑은 올 들어 지난달까지 이들 5개 지역의 프리미엄 패션 판매금액이 전체의 13%로 2년 전에 비해 30% 가까이 늘어났다. CJ오쇼핑 관계자는 “이들 지역에서 발생하는 매출은 전체의 6.7% 정도를 차지하는 데 비해 패션 제품은 그 두 배 이상 잘 팔린다”며 “오프라인에서 쉽게 찾을 수 없는 고급 여성복이 특히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홈쇼핑업체도 프리미엄 제품으로 고소득층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GS홈쇼핑은 이들 5개 지역의 프리미엄 패션 매출 비중이 올해 10.5%로, 전체 매출(6.3%)을 크게 웃돈다. 롯데홈쇼핑은 5개 지역의 고가 패션 브랜드 구매 비중이 12%로, 전체 주문금액에서 차지하는 비중(4.7%)의 곱절을 뛰어넘는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평균 가격대가 40만~50만원으로 업계에서 비교적 고가인 패션상품이 이들 5개 지역에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 스타일'로 떠오르는 홈쇼핑 패션
디자이너와 손잡고 연예인 모델 내세워

홈쇼핑의 ‘프리미엄 전략’이 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크와 이탈리아 가죽 등 비싼 소재를 과감히 사용하고, 유명 디자이너와 손잡고 단독 브랜드를 내세운다. 인기 연예인을 모델로 기용하는 등 브랜드 이미지도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

CJ오쇼핑의 지스튜디오는 프리미엄 전략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힌다. 지스튜디오는 국내 최정상급 디자이너인 지춘희 씨와 함께 출시한 패션 브랜드다. 지 디자이너는 청담동 본점을 비롯해 압구정동 등 서울 일부 지역에서만 미스지콜렉션이라는 고가 여성복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CJ오쇼핑 관계자는 “지 디자이너가 잘 알려진 강남 지역에서는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해본 이들이 홈쇼핑으로도 협업 브랜드 제품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CJ오쇼핑의 자체 패션 브랜드인 엣지는 배우 김아중 씨를 브랜드 모델로 내세우며 이미지 고급화에 나섰다.

패션뿐 아니라 고가 리빙 제품도 구매력 있는 소비자를 끌고 있다. 롯데홈쇼핑의 고급 침구세트(100만~120만원)는 올 들어 3회 방송 만에 5100세트, 57억원어치가 판매됐다. 독일 OBB사의 노던구스(거위털) 이불 및 베개 세트로 구성된 이 상품의 강남3구, 해운대구, 수성구 구매 비중(주문금액 기준)은 중저가 상품의 두 배를 넘었다.

황범석 롯데홈쇼핑 상품본부장은 “‘홈쇼핑 제품은 싸다’는 인식이 바뀌고 있다”며 “프리미엄 전략이 통하면서 부유층의 홈쇼핑 구매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