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중심 성장 탓…기업 체감 경기 악화 가능성"
제조업 영업이익률 역대최고 '착시'…업체간 부익부 빈익빈 심화
제조업체 영업이익률이 역대 최고를 기록한 지난해 기업들의 희비가 크게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업체의 수익성은 개선됐으나 하위 기업은 악화하며 제조업 내 양극화가 심화했다.

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재무 상태가 하위 25%인 제조업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2.2%로 1년 전보다 0.7%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재무 상태 상위 25% 제조업의 영업이익률은 전년과 같은 8.3%였다.

이로써 상·하위 25% 제조업체의 영업이익률 격차는 10.5%포인트를 기록했다.

제조업체 영업이익률 격차는 관련 통계가 현 기준대로 작성되기 시작한 2015년 9.5%포인트, 2016년 9.8%에 이어 3년 연속 벌어졌다.

지난해 전체 제조업체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7.6%로 사상 최고였다.

전체 제조업의 영업이익률이 올라갔는데도 양극화가 심화한 것은 소수의 상위 기업 영업이 잘된 덕분에 전체 제조업 영업이익률이 개선되는 '착시'가 빚어졌음을 의미한다.

지난해 전체 제조업의 영업이익률 중윗값은 3.9%로 1년 전(4.1%)보다 오히려 떨어졌고 평균과의 격차도 1.9%포인트에서 3.7%포인트로 확대했다.

중윗값은 전체 제조업의 영업이익률을 한 줄로 나열했을 때 정 가운데 있는 기업의 영업이익률을 뜻한다.

중윗값이 평균을 밑도는 현상 역시 다수 업체의 영업이익률은 악화했으나 소수 상위 업체의 실적만 유달리 뛰어날 때 빚어지는 일이다.

다른 지표에서도 기업간 양극화가 심화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매출액 세전 순이익률의 경우 하위 25% 업체는 0%에서 -0.9%로 뒷걸음질 쳤다.

상위 25% 업체의 세전 순이익률도 7.0%에서 6.9%로 떨어지긴 했지만 하락 폭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아 상·하위 격차가 더 벌어졌다.

매출액 증가율은 하위 25% 업체가 -16.3%에서 -14.6%로 개선됐으나 상위 25% 업체는 32.0%에서 34.8%로 더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 때문에 매출액 증가율 격차도 48.3%포인트에서 49.4%포인트로 확대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일부 반도체 상위 기업의 실적이 좋아지다 보니 전체 제조업체의 영업이익률이 높게 나온 것"이라며 "경제 성장이 완전히 반도체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그는 "반도체의 경우 고용 유발 효과가 적은 탓도 있을 것"이라며 "숫자가 좋아도 대부분 기업의 체감경기가 좋지 않은 것도 반도체 의존 성장 때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