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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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중소형 패션 브랜드 아크메드라비는 인터넷 쇼핑몰과 서울 청담동에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티셔츠 가격은 5만원으로, 매달 1만 장가량 팔린다. 중국 태국 등 해외 매출 비중이 70%다. 2014년 문을 연 여성 의류몰 코우리는 최근 영문 쇼핑몰도 열었다. 두 회사의 공통점은 의류를 국내 봉제공장에서 생산한다는 것이다.

봉제산업이 K패션의 핵심 인프라로 떠오르고 있다. 봉제는 패션 디자인을 토대로 의류를 제조하는 모든 과정을 뜻한다. 봉제산업은 1980년대까지 활발한 내수시장 덕분에 국내 주력 산업 중 하나였다. 1990년대 중반 이후 값싼 중국산에 밀려 산업 자체가 크게 위축됐다. 2000년대 들어 인건비가 저렴한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로 봉제공장을 이전하는 업체가 많아지면서 사양 산업이라는 딱지가 붙었다.

그 시절 미싱공들 'K패션 숨은 주역' 되다
하지만 봉제산업은 사라진 게 아니었다. 1970년대 초 재단 가위를 손에 쥐었던 10~20대 청년들이 시간이 흘러 30~40년 경력의 숙련공으로 성장했다. 봉제장인이 한류 바람을 타고 패션과 만나 K패션의 인프라로 자리잡았다. 서울 창신동 일대에는 봉제공장 1000여 곳이 모여 있다. 인근 동대문시장을 ‘패션 메카’로 키운 원동력이다.

국내 봉제공장에서 생산한 옷을 수출하는 중소형 패션 브랜드도 늘고 있다. 이들 브랜드는 소비자 취향에 맞춰 다품종 소량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봉제공장을 쇼핑몰과 연결해주는 기업도 생겼다. 플랫폼업체 어바옷은 인터넷으로 봉제공장을 찾는 젊은 쇼핑몰 운영업자와 50~60대 봉제공장 운영자를 사업 파트너로 맺어준다.

지승현 어바옷 대표는 “전국적으로 5만여 개 봉제공장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며 “산업화 시대 이름 없는 ‘미싱공’들이 K패션의 주인공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