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고점 논란’에도 불구하고 올해 3분기에 또다시 사상 최고 실적을 올렸다. 하지만 올해 4분기부터 실적 고공행진은 주춤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 업체들의 공급량이 늘어나고 있는 데다 메모리 반도체 수요를 이끌었던 글로벌 IDC(인터넷 데이터센터) 업체들은 투자를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악재' 뚫고…SK하이닉스, 분기 영업益 6兆 돌파
◆4분기 이후 전망은 ‘부정적’

SK하이닉스는 지난 3분기 매출 11조4168억원, 영업이익 6조4724억원을 기록했다고 25일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0.9%, 영업이익은 73.2% 증가한 것으로 모두 사상 최대치다. 영업이익률도 역대 가장 높은 56.7%에 달했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출하량이 큰 폭으로 증가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SK하이닉스의 D램 평균판매가격(ASP)은 전분기 대비 1% 상승했고, 출하량은 5% 증가했다. ‘공급과잉’ 우려가 나오는 낸드플래시의 평균 판매가격은 10% 하락했지만, 출하량이 19% 늘어나며 충격을 상쇄했다. 모바일 제품의 고용량화와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 증가 등이 출하량을 늘린 요인이다.

4분기와 내년도 전망은 밝지 않다. 이명영 경영지원담당 부사장은 “D램 업체들의 공급 확대 노력에 따라 극심했던 공급 부족 상황이 해소되기 시작했다”며 “반면 글로벌 무역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금리 상승에 따른 신흥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는 등 수요 불확실성은 증대됐다”고 설명했다.

단기적으로는 서버용 D램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 전망이다. 올해 공격적으로 서버에 투자했던 글로벌 IDC 업체들이 필수 수요 위주로 구매 제품을 선별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D램 가격도 내년 상반기 소폭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모바일 부문에서는 미·중 무역분쟁으로 중국 정보기술(IT) 제품 판매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낸드플래시의 가격 하락세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태 낸드 마케팅담당 상무는 “낸드 공급업체마다 쌓여 있는 재고가 많아 추가적인 가격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AI·5G가 장기 수요 견인”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수요 확대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됐다. 일반 서버에 비해 메모리 탑재량이 50% 이상 많은 인공지능(AI) 서버 비중이 확대되고, 5G(5세대) 이동통신 시대를 맞아 에지 컴퓨팅(분산된 소형 서버를 통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처리하는 기술)이 확대되면서 이를 위한 서버 수요가 새롭게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석 D램 마케팅담당 상무는 “내년 상반기 서버용 D램 투자를 줄였던 IDC 업체들이 하반기에는 다시 투자를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D램 가격이 내년 상반기 소폭 하락한다고 하더라도 하반기에는 상승 반전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모바일 부문에서는 중저가 스마트폰에도 트리플 카메라, 3D(3차원) 센서 등 고급 기능이 적용되기 시작하면서 메모리 탑재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신규 공정 개발과 양산 시설의 안정적 운영을 통해 업계 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이 부사장은 “수요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 투자는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분기별로 유연하게 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