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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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자동차가 지난 3분기 부진한 실적을 내놓을 전망이다. 해외 시장 수요 감소와 주요 신흥국 통화 약세란 악영향을 받고 있어서다. 당분간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분석이 많아 ‘먹구름’이 짙어졌다.

1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9656억원으로 지난해(1조2042억원) 대비 19.8% 감소할 것으로 집계됐다.

일부 증권사는 영업이익이 이보다도 1000억원가량 낮은 수준까지 뒷걸음질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매출 컨센서스는 24조5439억원이었다.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주요 신흥국 통화 약세가 지목된다. 최근 브라질 헤알화 가치는 원화 대비 약 21.0% 떨어졌다. 이뿐 아니라 러시아 루블화와 인도 루피화 가치 또한 각각 11.0%, 9.0% 약세를 보였다.

그만큼 현지에 진출한 현대차의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는 의미다. 특히 현대차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브라질과 러시아에서 화폐 가치가 속절없이 떨어져 수익성 증가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김경덕 부국증권 연구원은 “신흥국 통화 약세 탓에 영업이익이 시장 컨센서스를 밑돌 전망”이라며 “북미 지역 에어백 리콜(결함 시정) 비용 등 일회성 요인이 반영될 만큼 수익성이 둔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회사 측은 신흥국 통화 가치 하락에 따른 영업손실이 2000억원 규모가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에어백 관련 비용의 경우 충당금을 설정한 뒤 해당 부품업체에 환급받는 계획을 내부적으로 세웠다.

김 연구원은 또 “미국과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판매 부진을 겪었다”며 “내수 시장은 영업일수 감소로 가동률이 줄고 고정비가 늘어났다”고 진단했다.

이 밖에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여파도 현대차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대차는 올 1~9월 글로벌 시장에서 336만113대를 팔았다. 연간 판매 목표(467만5000대)의 71.8%에 그쳐 4년 연속 실패란 경고등이 켜졌다.

기아차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3458억원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전 분기(3525억원) 대비 실적 부담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어나지 못했다는 평가다. 매출 컨센서스는 13조3599억원으로 집계됐다.

류연화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통상임금 소송 패소로 발생한 일시적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으나 실적은 시장 눈높이보다 낮다”며 “국내 공장 의존도가 높은 가운데 긴 추석 연휴로 물량 차질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어 “원·달러 환율 상승이 긍정적이나 신흥국 통화 약세, 업황 악화를 되돌리기엔 부족했다”고 덧붙였다.

현대·기아차의 점진적 실적 회복을 전망하는 목소리도 있다. 내수 시장과 미국에서 ‘신차 효과’에 따른 성장 모멘텀(동력)을 확보했다는 이유에서다.

유지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는 국내와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신차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올 4분기 좋은 실적을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차는 3분기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신형 싼타페를 미국 시장에 투입, 지난달부터 본격적 판촉 마케팅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달 들어서는 월평균 8000~9000대가량 판매가 가능하다는 게 회사 측 분석이다.

이와 함께 현지 구형 세단 재고일이 연초 4.1개월에서 2.8개월로 줄어든 점도 긍정적 요인이다. 이 밖에 유럽 시장에 준중형 SUV 투싼 부분 변경(페이스 리프트) 모델 등이 전면에 나선다.

기아차의 경우 신형 쏘울, 유럽 전용 모델 신형 프로씨드 등이 출격을 앞두고 있다. 특히 신형 쏘울은 미국 시장에서 연간 10만 대 넘게 팔리는 대표 볼륨모델(대량 판매 모델)로 꼽힌다.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