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중국 국유 석유화학기업 시노펙 최고경영진과 만나 전략적 협력관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중국을 ‘제2의 내수시장’으로 여겨온 최 회장이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이번 중국 방문을 계기로 SK의 글로벌 사업 전략에도 탄력이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 회장은 오는 17~19일 제주에서 그룹 최고경영자(CEO) 세미나를 열고 글로벌 사업 전략을 점검할 계획이다.
더 빨라지는 최태원의 '차이나 인사이더'
◆시노펙과 전략적 협력 강화

14일 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 10일 중국 베이징에서 다이허우량 시노펙 회장을 만났다. 최 회장과 다이 회장은 합작사인 중한석화를 기반으로 한 전략적 협력 강화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과 링이췬 시노펙 부사장은 전략적 협력 강화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중한석화의 발전 방향을 논의하고 추가적인 사업 아이템을 발굴하자는 취지의 회동”이라고 설명했다.

중한석화는 2013년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종합화학과 시노펙이 35 대 65 비율로 총 3조3000억원을 들여 후베이성 우한시에 설립한 회사다. 중한석화의 나프타분해시설(NCC)은 석유화학 제품의 원료인 에틸렌을 연간 80만t씩 생산한다. 2020년에는 생산 규모가 110만t으로 늘어난다. 에틸렌을 원료로 만드는 고밀도폴리에틸렌 등까지 합하면 화학제품 생산량은 현재 220만t에서 300만t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중한석화는 두 나라 경제협력의 모범사례이자 국내 기업의 성공적 중국 진출 사례로 꼽힌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중국 장쑤성 창저우시에 리튬이온배터리와 분리막 공장을 각각 짓기로 했다. SK(주)는 지난해 중국 2위 물류센터 운영기업인 ESR의 지분 11.77%를 인수하고 올해도 추가 투자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중국 장쑤성 우시에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장을 건설한다.

◆CEO 세미나에서 글로벌 전략 점검

SK는 CEO 세미나를 통해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사업 전략을 다듬을 방침이다. 이번 세미나의 화두는 ‘글로벌 경영과 사회적 가치 확산을 위한 구조 개선’이 될 전망이다. 계열사 CEO들은 그룹의 지속 경영과 성장을 위한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한 논의에 집중할 것이란 관측이다.

SK는 1995년부터 매년 CEO 세미나를 열고 있다. 2박3일 동안 그룹 최고경영진이 모여 계열사들의 한 해 성과를 되돌아보고 미래 성장 전략을 논의한다. 그동안 각 CEO들은 무선마이크로 15분 동안 발표하는 방식으로 세미나를 했지만, 올해는 간단한 발표와 자유 토론이 이뤄질 것으로 전해졌다. 그룹 관계자는 “올해는 형식보다 토론 내용에 더욱 집중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가치 극대화에 대한 논의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 회장은 지난 6월 확대경영회의에서 “각 관계사는 CEO 세미나 전까지 경제적·사회적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내년부터 실행에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SK 계열사의 한 임원은 “사회적 가치 추구를 담당하는 임원을 중심으로 협력사 및 소비자들과 유·무형의 이익을 공유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