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계 경영진이 잇따라 글로벌 금융투자업계가 제기하고 있는 ‘반도체 고점론’과 상반되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시대에 처리해야 할 데이터 규모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메모리 반도체 수요도 증가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 "미래산업, 메모리 중요성 더 커질 것"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업총괄 사장(사진)은 지난 11일 서울 신림동 서울대에서 열린 ‘메모리 반도체 기술의 미래’ 세미나에서 “AI 시대가 다가오면서 2020년에는 2014년 대비 처리해야 할 빅데이터 양이 50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며 “IoT가 적용된 기기를 통해 확보한 수많은 비정형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컴퓨팅 기법을 갖춘 반도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금융투자 업계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하락세에 접어들 것이라는 ‘경고음’을 여러 차례 울렸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D램, 낸드플래시 가격이 내년에 각각 올해보다 20%, 30% 수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사장은 “올해는 비정상적으로 수익이 높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조정이 있더라도 일시적일 것이며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메모리 중심 컴퓨팅’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금은 중앙처리장치(CPU) 옆에 메모리가 붙어 있고, CPU에는 캐시 메모리가 소량 들어가는 형태다.

앞으로 데이터 처리량이 늘어나게 되면 메모리의 역할과 중요성은 훨씬 더 커질 전망이다. 메모리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CPU가 메모리를 서포트하는 형태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