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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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내년 나란히 두 자릿 수의 하락세를 보이며 슈퍼호황이 사실상 끝날 것이라는 전망이 또다시 제기됐다. 다만 업계에서는 '초호황에서 호황으로 움직이는 것'이라는 낙관론을 유지하고 있어 지난해 하반기 시작된 '고점 논란'이 재점화하는 양상이다.

11일 IT전문 시장조사업체인 D램익스체인지는 최근 발간한 시황 보고서에서 내년 D램 가격이 올해보다 15∼20%, 낸드플래시는 25∼30%가 하락할 것이라 내다봤다.

D램의 경우 올 3분기에 연말 성수기를 앞두고 공급과잉 현상이 이어지면서 가격이 전분기 대비 1∼2% 상승하는 데 그쳤고, 4분기에는 5% 이상 하락 반전한 뒤 내년에 낙폭이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출시된 스마트폰 신제품이 구형과의 차별화에 실패하면서 수요가 크게 늘어나지 않았고, 서버용 D램 출하 전망도 불투명하다는 이유에서다. 인텔의 PC용 중앙처리장치(CPU) 출하 차질로 인해 메모리 수요도 악영향도 포함됐다.

공급 측면에서는 서버용 D램을 중심으로 한 생산 확대가 가격 하락세를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메이저 업체들이 가격 급락을 막기 위해 설비투자와 생산라인 확장을 미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낸드플래시의 경우도 서버와 인터넷데이터센터(IDC) 등에 사용되는 기업용 SSD 수요는 탄탄한 데 비해 소비자가전용 수요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고, 미중 무역분쟁 등의 악재도 이어지면서 D램보다 더 가파른 가격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주요 업체들이 64단과 72단 등 3D 생산라인을 잇따라 도입하고 있고 생산수율도 개선되면서 공급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여 당장 반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국내 업계에서는 당분간 가격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지만 과거와 같은 불황 가능성은 없다는 입장이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혁명의 화두로 부상하는 분야가 모두 메모리 반도체의 새로운 수요처인 데다 가격이 다소 하락하더라도 기본적인 수요가 떠받쳐주기 때문에 전체 시장 매출 규모는 크게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우 '기술 초격차'를 유지하고 있고, 글로벌 시장 점유율도 압도적이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공급 조절을 통해 시장 흐름을 바꿔놓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고점 논란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1년째 이어지고 있다"며 "내년에 잠시 주춤할 가능성이 있지만 2020년에는 다시 초호황 국면으로 재진입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