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은 위기…반도체는 '초격차' 전략 여전히 유효"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은 한국 경제를 ‘위기’라고 진단했다. 주력 산업인 자동차, 조선의 경쟁력이 지속적으로 악화되면서 수출 전선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 경제가 그나마 버티고 있는 건 전체 수출의 24.5%(9월 기준)를 차지한 반도체산업 덕분이라고 했다.

빠른 속도로 한국을 쫓아오고 있는 중국도 위협 요인으로 꼽았다. LCD(액정표시장치) 부문에서는 중국발(發) 공급 과잉으로 국내 업체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한국이 미래 신산업으로 육성하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도 대규모 투자를 앞세운 중국에 추격당하고 있다. 스마트폰은 ‘폴더블폰’ 등 신기술을 놓고 삼성전자와 화웨이가 ‘세계 최초’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반도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바탕으로 ‘반도체 굴기’가 한창이다. 특히 낸드플래시는 장기적으로 중국발 공급 과잉이 우려된다. 중국 국영 칭화유니그룹 산하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 (YMTC)는 내년 4분기부터 64단 3D(3차원) 낸드플래시를 대량 생산할 계획이라고 최근 발표하기도 했다.

윤 전 부회장은 스마트폰 부문에 대해 ‘위기감’을 갖고 있었다. 그는 “중국 업체들의 추격세가 무섭다”며 “한번 판세가 뒤집히면 회복이 불가능한만큼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다”고 했다.

반도체 부문에 대해서는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아직까지 기술 격차를 유지할 여지가 크다고 봤다. 그는 “비메모리 반도체는 스타트업에서도 적은 인력으로 제품을 개발할 수 있지만 메모리 반도체는 그렇지 않다”며 “대량생산을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와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한 번 차이가 나면 뒤따라 오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다만 중국은 한국과 미국에서 대규모로 인력을 빨아들이는 데 반해 한국은 반도체산업이 3D 업종이라는 인식이 강해 인력을 유치하는 게 쉽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했다.

‘반도체 고점 논란’에 대해서는 “운동선수도 주위에서 계속 ‘어렵다’고 지적을 하면 사기가 떨어진다”며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에 대해서도 문제가 생기지 않았는데도 괜한 위기감을 조성하는 것은 기업 경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고 말했다.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서는 ‘초격차’ 전략을 취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이 미국을 따라잡고, 한국이 일본을 따라잡았던 것처럼 중국이 한국을 따라잡는 ‘역사의 반복’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우리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기술 격차를 벌리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