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대상에서 선두 업체로"…SK 최태원의 '반도체' 자부심
"한 때 해외 매각 대상으로 거론되던 적자 기업이 최첨단 생산시설을 갖춘 세계 반도체 리더로 자리매김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문재인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이며 박수로 화답했다. 4일 충북 청주 SK하이닉스 낸드플래시 공장에서 열린 'M15' 준공식의 모습이다.

SK하이닉스는 이날 M15 반도체공장 준공식을 열었다. 행사에는 문재인 대통령, 김동연 경제부총리,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박성욱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등이 참석했다.

SK가 하이닉스를 인수한 건 2011년이다. 인수금액은 3조3000억원. 당시 하이닉스는 누적적자만 10조원에 달했고 구조조정으로 8000명은 퇴사했다. 무급순환휴직에 들어간 직원도 수 천명에 달했다. 그룹 임원들이 최태원 회장의 하이닉스 인수를 적극 반대한 건 어찌보면 당연했다.

하지만 최 회장은 "SK의 반도체 사업에 대한 오랜 꿈이 실현됐다"고 말하며 하이닉스 인수를 추친했다. 석유·화학·통신 주력의 SK가 반도체 회사로 거듭난 순간이다. LG반도체에서 현대반도체를 거친 하이닉스는 SK를 만나 새롭게 태어났다. 과감한 투자와 적극적인 기술 개발로 급변하는 반도체시장을 선도하기 시작한 것.

M15는 SK하이닉스가 지난해 15조원을 투입해 만든 3D 낸드플래시 전용 공장이다. 낸드플래시는 데이터가 저장되는 비휘발성 메모리로 SSD와 같은 대용량 정보 저장용으로 사용된다. 낸드 공장으로 최대인 23만㎡ 규모다. 건축면적만 축구장 8개 크기인 6만㎡(1만8천평, 길이 339m, 폭 172m, 높이 71m)에 달한다. 반도체가 생산되는 클린룸은 복층으로 구성됐다.

SK하이닉스는 전체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에 이어 2위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낸드플래시에서는 도시바, 마이크론 등에 밀려 5위다. 전체 매출 가운데 낸드 비중은 18%에 불과하다. D램 편중 현상을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K하이닉스가 M15 준공 시기를 앞당긴 건 모험에 가까웠다. M15는 당초 2019년 6월 준공될 예정이지만 반도체 호황을 가만히 두고볼 수만 없었다. SK하이닉스는 충청북도, 청주시 등에 지원을 호소했고 정부기관의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공사기한를 8개월 이상 앞당길 수 있었다. 최 회장이 이날 지역사회의 협조와 지원에 감사의 뜻을 밝힌 배경이다. M15에서는 내년 초부터 4세대 72단 낸드가 생산된다. 이후 5세대 96단 낸드가 양산될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SK하이닉스는 IMF 직후인 1999년 어려운 환경에서 탄생한 불굴의 기업으로 현재 D램 2위, 낸드 5위의 세계 3대 반도체 업체가 됐다"며 "과감한 투자와 기술력으로 최고 기업을 만든 SK하이닉스 직원에 격려의 말씀을 드린다. SK하이닉스의 투자를 응원한다. 정부도 적기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서울대 경제연구소는 2023년까지 M15가 일으킬 경제·사회적 파급 효과로 21만8000 명의 고용 창출 효과와 70조9000억원의 생산유발, 25조8000억원의 부가가치유발 등을 전망했다. M15공장은 올해까지 1000명, 2020년까지 2100명 직접 고용할 계획이다. 부가가치도 매년 2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 소상공인 대표 윤기순씨는 "M15 공장 가동으로 손님들이 더 많이 올 것 같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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