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전용버스를 타겠다"…부동산학 석사가 차린 여행사의 꿈[펫人]

"반려동물이 타는 전용버스를 갖고 싶어요. 기존 45인승 버스에 안전장비만 구비해 태우고 다니는데 좌석이 좁아서 10Kg 이상 대형 반려동물을 데리고 다니지 못하거든요."

2년 전 '펫(pet)과 함께 렛츠 고(let's go)'를 외치며 펫츠고트래블이란 회사를 차린 이태규 대표이사(32·사진)는 반려동물 전용버스를 갖는 게 가까운 목표다. 대형견을 키우는 반려인도 눈치보지 않고 즐겁게 여행할 수 있도록 돕고 싶어서다.

펫츠고는 국내에서 유일무이한 반려동물 동반 여행상품을 내놔 반려인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곳이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강원도 춘천과 충남 태안으로 첫 반려동물 동반 여행을 떠났고 9월 현재까지 16차례 패키지 모객에 성공했다.

반려인들에게 가장 인기를 끈 여행상품은 해돋이와 벚꽂구경 패키지였다.

"'내 아이(강아지)와 함께 해돋이를 보겠다'는 니즈가 많았어요. 무박이일 일정으로 강릉 경포대 해변 여행상품을 기획했는데 하루 만에 완판(20팀) 됐어요. '빈자리 나면 바로 알려달라'며 대기한 예약만 60팀이 넘었었죠. 경포대 해변에서 해돋이를 보고 나서 반려동물과 함께 떡국도 먹었죠."

이 대표는 부동산학부를 나와 기업용 오피스빌딩을 매매하거나 임대해 주는 회사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5년여 동안 직장을 다니면서 대학원까지 다닐 정도로 의욕이 컸다. 하지만 창업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20대가 끝나갈 무렵 사표를 던졌고, 스타트업(신생벤처)에 도전했다. 반려동물과 함께 30대를 보내기로 한 것이다.

"가족들은 물론이고 주위에서 반대가 많았죠. 대학을 다니면서부터 창업에 대한 욕심이 있었죠. 고등학교 동창인 친구가 먼저 스타트업에 들어갔는데 만나서 늘 창업아이디어를 나눴어요. 그런데 이야기를 주고받은 서비스들이 하나 둘씩 정말로 세상에 나오더라고요. '후회하기 전에 행동해 보자' 하고 마음 먹었죠. 여행플랫폼에 다니던 동창과 손잡고 펫츠고트래블을 세운 겁니다."

이 대표는 평생 반려동물과 함께 지냈다. 어려서부터 가족들과 함께 강아지를 키웠고, 3년 전쯤에 또 다른 반려동물과 가족의 인연을 맺었다. 그렇게 살아온 이 대표에게 가족여행은 늘 고민거리였다.

"반려동물과 함께 여행을 가려고 알아보면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였죠. 여행정보를 찾아볼 곳도 없고 여행장소를 알아내는 건 더 힘들었어요. 같이 타고 갈 수 있는 교통수단은 어떻고요. 이렇게 불편한 것을 편리하게 바꿔 주는 회사를 차리고 싶었죠. 일상생활에서 찾아 낸 창업아이템인 셈이죠."

펫츠고의 모바일 앱(애플리케이션)에 담긴 국내 여행지(반려동물 입장 가능)는 무려 2000여곳에 이른다. 지난해 앱 론칭 당시 반려동물 동반 가능 숙소는 200여곳에 불과했는데 1년 새 600여곳으로 3배가량 늘어났다.

"펫츠고 앱을 통해 반려동물과 함께 갈 수 있는 여행지와 숙소, 식당, 카페 등을 한 눈에 볼 수 있어요. 요즘엔 반려동물 동반 액티비티 티켓을 살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했습니다. 액티비티 티켓을 파는 온라인사이트는 많지만, 애견구명조끼와 강아지우유 등을 나눠 주는 곳은 페츠고 뿐이에요. 그 어느 사이트보다 티켓을 많이 파는 비법이 여기에 있죠."

펫츠고는 티켓 판매로 수입도 내지만 주로 여행 패키지를 통해서 매출을 올리고 있다. 작년 4분기 대비 올 1분기에 매출액은 200% 성장했고, 2분기엔 25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까지 펫츠고의 경쟁사는 없다. 비슷한 앱도, 제주도 여행패키지도 등장했지만 단 한 번 출발에 성공하지 못했다. 모객에 실패해서다.

"10년간 제주도 여행만 주도해온 여행사가 펫 여행상품을 내놨지만 떠나지 못했어요. 단순히 반려동물을 데리고 다닐 수 있는 수준의 여행에 그쳤기 때문에 반려인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어요. 펫츠고는 반려동물의 이름 나이, 체중 등을 미리 조사해 맞춤형 패키지 상품을 제시하고 있어요. 반려인과 반려동물이 같이 뛰어놀 수 있는 보물찾기 등 이벤트도 준비하죠."

첫 여행 코스를 짜면서 이 대표가 가장 힘들었던 부분 중 하나가 교통수단이었다.

"처음에 전화해서 버스 예약을 잡는데 '강아지가 함께 탄다'라고 말하면 대부분 전화를 끊었어요. 그래서 직접 버스 회사들을 찾아다녔죠. 깨끗하게 청소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설득한 끝에 한 버스 회사와 계약을 맺을 수 있었어요. 어렵게 인연이 닿은 이 버스 회사와 지금까지 십 수차례 함께 여행을 다니고 있어요."

이 대표는 패키지 여행을 가기 전에 여행지 주변의 동물병원을 물색해 놓는다. 응급 상황 시 바로 달려갈 수 있도록 동물병원과 '핫라인'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특히 지방의 동물병원은 밤 늦게 문을 열지 않는 곳이 많아서 병원과 미리 연락을 주고 받는 게 가장 중요한 사전 준비 중 하나라고 조언했다.

"반려동물과 함께 버스에 오르면 배변패드가 깔린 좌석에 반려동물들이 앉아요. 버스에선 반려동물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음악도 나오고요. 버스 안에서 되도록 마이크는 사용하지 않는 게 좋죠. 큰 소리에 놀라는 반려동물이 많거든요."
"반려동물 전용버스를 타겠다"…부동산학 석사가 차린 여행사의 꿈[펫人]

얼마 전엔 인천관광공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인천에 섬 3곳을 반려동물 명소로 꾸미고 싶다는 내용이었어요. 우리가 여행상품을 만들면 숙박시설과 식당 그리고 버스 비용 등을 인천관광공사에서 일부 지원하는 형식이죠. 좋은 기회로 여기고 열심히 준비 중입니다."

여행앱의 누적 다운로드 수는 3만4000건(8월말 기준)을 웃돌고 있고, 카카오톡과 연계된 로그인 횟수 역시 2만건을 훌쩍 뛰어넘었다. 앱 서비스 런칭 이후 불과 10개월 만에 거둔 성과다.

펫츠고는 이제 국내 여행지로 걸음마를 뗐다. 장기적으로 버스와 비행기를 타고 좀 더 먼 곳까지 반려동물과 함께 여행을 떠나려고 준비 중이다. 다만 이 대표는 해외 여행패키지의 경우 국내보다 신경써야 할 부분이 몇 배 이상으로 많아서 더 많은 경험을 쌓고 나서 여행을 기획할 계획이라고 했다.

"펫츠고의 패키지는 '펫가이더'로 불리는 도우미가 항상 동행하고 있어요. 그래서 해외로 여행을 가려면 여행비용도 커질 수밖에 없는 데다 항공기 탑승규정도 까다롭죠. 항공사 3곳만 몸무게 7Kg 미만이고, 나머지 항공사들은 5Kg 미만으로 반려동물의 탑승을 제한하고 있어요. 그래도 장기적으로 해외여행 니즈까지 충족시켜야 해서 검역서비스를 마련했습니다."

이 대표는 앱 서비스를 업데이트하면서 새롭게 해외 여행을 위한 검역서비스와 전국 펫택시 예약 서비스 항목을 추가로 넣었다. 반려동물과 함께 해외로 여행을 가려면 국가별 규정에 맞게 검역을 해야하는데 여행자를 대신해 펫츠고가 검역서류 작성과 절차 등을 밟아 주는 것이다.

'함께'라는 단어를 인터뷰 중에 그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다. 향후 경영 목표를 묻는 질문에도 "반려동물은 이제 가족의 구성원"이라며 "우리는 반려동물과 떠난 여행으로 반려인들에게 '함께'라는 소중한 가치를 제공하는 게 분명한 목표"라고 했다.

"반려동물 여행사가 그간 시장에 없던 새로운 서비스일까요? 아닙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 수는 전체 가구 중 30%에 달합니다. 이들이 반려동물을 맡기지 않고 함께 여행갈 수 있다면 이 시장은 이미 반려인들이 소비하고 있던 서비스입니다. 반려동물과 같이 떠날 수 있는 여행시장이 커진다면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등 대표적인 여행사들도 뛰어들 수밖에 없죠."

글 =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
사진 = 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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