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17일부터 근무 복장을 전면 자율화한다. 1998년 넥타이를 매지 않는 비즈니스 캐주얼 근무제를 도입한 지 20년 만이다. 4대 그룹 주요 계열사가 복장 자율화를 시작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 등 주요 대기업은 비즈니스 캐주얼을 원칙으로 한다. 주 40시간 근무 체제에 맞춰 업무 몰입도를 높이고, 그룹이 4세 경영 체제에 돌입한 상황에서 ‘젊은 LG’로 변화하기 위한 시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월요일과 금요일 주 2회 시행하던 캐주얼 데이를 주 5회로 확대 운영한다. 사실상 복장 자율화가 이뤄지는 셈이다. 변화의 이유는 주 40시간 근무 환경에 맞춰 업무 몰입도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임직원들은 개인 업무, 고객 미팅 등 상황에 맞게 자율적으로 출근 복장을 선택하면 된다.

실제 주 2회 캐주얼 데이를 운영해 보니 격식에서 벗어나 유연하고 스마트한 일 처리가 가능해졌다는 분석이다. 임직원들 만족도도 높다. LG전자 게시판에는 “평소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동료의 개성을 발견하게 됐다” “유연한 복장 덕분에 업무 효율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도 이달 초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박람회 ‘IFA 2018’에서 자주색 재킷을 입고 기조연설하고, 제품 발표회에는 청바지를 입고 나타나는 등 복장 자율화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고위 임원들이 금요일이면 라운드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다닐 정도로 조직이 빠르게 변화할 수 있는 배경이다.

주 40시간 근무 체제에 맞춰 ‘스마트하게 일하는 조직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먼저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을 ‘회의 없는 날’로 정했다. 주말에 출근해 월요일 회의를 준비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주말 출근으로 근로 시간은 늘어나고, 장기적으로 업무 효율은 떨어진다는 판단에서다. 일반 회사에서 주로 월요일에 열리는 임원회의도 화요일에 진행된다.

변화하는 환경에 보다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수평적이고 창의적인 조직 문화도 만들고 있다. 지난해 7월 새 직급 체계를 도입해 기존 직위·연공 중심의 5단계 직급을 역할에 따라 3단계로 단순화했다. 최고기술책임자(CTO) 부문은 올해부터 월 1~2회 소속 구성원들이 모두 참여하는 ‘올핸즈 미팅’을 하고 있다. CTO를 포함한 경영진이 조직별 연구개발(R&D) 현황을 공유하고 이에 대한 구성원들 의견을 받아 경영 활동에 참고하도록 한 소통 프로그램이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