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가격의 프리미엄은 투자자들의 ‘욕망’과 비례한다. 그래서 인기가 많은 종목일수록 주가는 올라간다. 일반적으로 시장에서 공급이 일정한데 특정 재화의 수요가 높아지면 가격이 오르는 현상과 같은 이치다. 반대로 주식의 프리미엄이 낮다는 것은 시장에서 소외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시장 가격의 프리미엄을 측정하는 방법은 장부가치와 시장가치를 비교하는 방법이 있지만, 간편하게 주가수익비율(PER)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글로벌 증시의 12개월 선행 PER은 15.1배에서 거래되고 있다. 최근 3년 동안 PER은 15.1~16.3배에서 움직였으니 현재의 가격은 과거의 중간 수준이다. 그렇지만 국가별로 분해해보면 상황은 다소 달라진다. 미국(MSCI 기준 17.2배) 등 이익성장이 확실한 국가는 고PER에서 거래되고, 투자열기가 높지 않은 신흥시장의 국가는 저PER에서 거래되는 경우가 많다.

신흥시장은 가격조정이 나타나면서 주식시장의 프리미엄은 낮아지고 있다. 신흥 유럽이 6.6배, 신흥 라틴 지역이 12배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금처럼 낮아진 밸류에이션은 무역분쟁이라는 이벤트가 장기화되고 있고, 선진국 통화정책의 정상화로 장기간 경상적자와 재정적자를 보이고 있는 것이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신흥시장에 부정적일 수 있는 달러 강세 여건도 강화되고 있다. 지난주 발표된 고용지표 호조는 미국 내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미 중간선거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부진한 지지율을 극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카드가 추가 관세 부과가 아니길 바랄 뿐이다.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은 셈이다.

신흥시장은 6개월 넘게 불안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신흥아시아 지역의 올해 수익률은 -11.6%로 전체 신흥시장(-12.7%)과 비슷한 모습이다. 장기투자 관점에서 봤을 때 성장성이 높은 신흥시장 증시가 선진시장을 이기지 못하는 이유는 자체적인 내수시장의 확장이 미약한 가운데 원자재 의존도가 높고, 정치 리더십을 통해 정책의 연속성이 담보되지 못해 시장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이다.

신흥아시아 지역의 밸류에이션은 11.7배로 과거(10.7~13.2배)에 비해 저평가됐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다른 신흥국들이 주가수익비율(PER) 밴드 하단에 있는 것과 달리 신흥 아시아 지역은 이전보다 낮아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격논리로만 접근할 만큼 싸 보이지도 않는다.

국가별로 편차는 크다. 신흥 아시아 지역 중 중국(11.5배), 한국(8.7배)은 미국의 무역분쟁 이슈에서 자유롭지 못한 경우다. 신흥시장이 가격조정을 보이면서 기술적으로 과매도 신호가 나타났다. 단기적으로 반등 가능성이 높지만, 추세 전환을 기대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미·중 간 무역분쟁의 긴장감은 여전히 팽팽하다. 중국에 대한 2000억달러 관세 부과는 청문회 일정을 마무리하면서 실행 단계를 남겨놓고 있다. 추가 관세 부과의 가능성을 열어놓았기 때문에 무역분쟁은 장기화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밸류에이션이 낮아졌다는 것은 가격적인 매력이 높아진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지금 당장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 만큼 매력적이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신흥아시아 지역 가운데 인도는 다른 신흥국과 다른 경로를 걷고 있다. 인도는 다른 신흥국이 가격 조정을 보이는 구간에서도 낮은 변동성을 보이면서 8월까지도 신고가를 경신했다.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9.7배로 2008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코빅(KoVIC·한국 베트남 인도 중국)을 포함한 신흥 아시아 지역에 대한 포트폴리오 투자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신흥 아시아에 대한 포트폴리오 투자가 필요한 이유
신흥 아시아는 장기적으로 KB증권이 제시하는 투자의 방향성과 일치할 뿐 아니라 한국 중국과 같이 저평가된 자산과, 인도 같은 성장성 높은 국가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 저평가된 자산(가치주)과 성장성이 높은 자산(성장주)을 섞어서 투자하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면 장기적인 성과도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신흥 아시아 지역의 할인 요인은 낮아졌고, 극단적으로 낮아진 밸류에이션은 이벤트가 종료되면 되돌림이 나올 수 있다. 결론적으로 장기투자자들에게 ‘손가락을 보지 말고 달을 보면서’ 방향성에 주목할 것을 제안하는 이유다.

오온수 < KB증권 WM스타자문단 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