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유력한 차기 지도자로 꼽히는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11일 “전 직원의 공직기강 확립을 엄중히 요청한다”는 서신 형태의 자료를 배포했다. 본부 소속 직원이 자치단체 직원에게 ‘막말 갑질’을 했다는 의혹, 일부 산하기관 직원의 금품수수 혐의 포착 등 잡음이 이어지자 내린 조치였다. 김 장관은 “얼굴을 들 수 없다. 참담하다”는 심정을 밝히며 3500여 명의 행안부 직원들에게 ‘뼈를 깎는 자기반성’을 요구했다.이날 오전 김 장관이 서신을 배포할 때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는 동시에 ‘자치분권 종합계획’을 행안부 대변인실을 통해 내놨다. 그러나 내용에 대해 “1년 전과 달라진 게 거의 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구체적이지도 않았다. 지방자치와 관련된 모든 법령을 뜯어고치거나 새로 만들겠다는 선언만 가득했다. 행안부 대변인실은 “자치분권위 소관”이라며 거리 두기에만 급급했다.기자단이 상세한 설명을 요구하자 자치분권위 관계자들이 마지못해 단상에 올랐다. 그러나 현안에 대한 이해가 현저히 부족해 보였다. 또 “기획재정부와 협의가 안 된다” “자치분권위 위원들 구성이 복잡하다” 등 변명으로 일관했다. 국세의 지방세 이양을 막으려는 기재부와 이를 촉진하려는 행안부 간 상충된 이해관계를 위원회가 조정할 능력이 없다는 걸 자인한 셈이다. 현안이 생길 때마다 급조하는 위원회 ‘무용론’이 나오는 이유다.자치분권위는 김 장관이 당연직 부위원장을 맡고 있고, 실무를 맡는 기획단 직원들도 행안부 소속이 대부분이다. 자치분권위와 행안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러나 이날 두 조직이 연출한 모습은 업무상 연관이 없어 보였다.공교롭게도 김 장관은 지난 11일 보낸 공직기강 확립 서신에서 “자치분권, 지방재정개혁 등 부처의 핵심 과제 외에도 국민생활과 연계된 모든 일에 행안부가 힘을 보태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김 장관이 핵심 과제를 자치분권이라고 강조한 바로 그 순간, 행안부와 자치분권위는 서로 책임을 떠밀며 엇박자를 냈다. ‘국민’ ‘안전’ ‘혁신’ 등 거대 담론을 말하기 전에 ‘직원 단속’이라는 업무기강 확립을 먼저 했어야 했다는 생각이다.
전 직원에 서한…"발본색원해 강력 문책" 경고최근 행정안전부 소속 공무원들이 '갑질'과 금품수수, 비리 등에 잇따라 휘말리면서 김부겸 행안부 장관이 직원 기강 잡기에 나섰다.김 장관은 11일 행안부 내부망에 '행안부 간부 및 직원의 공직 기강 확립을 엄중히 요청한다'는 제목으로 전 직원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글을 올렸다.김 장관은 서한에서 '갑질'과 '금품수수' 등을 언급한 뒤 "성실하고 올바른 공무원의 표상이 되어야 할 행안부에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참으로 부끄러울 따름"이라고 말문을 열었다.그는 "장관으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재발방지와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면서 "또한 3천500여 행안부 간부와 직원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의 통렬한 자기 성찰을 요구한다"고 말했다.김 장관은 "이런 상황이 발생한 원인이 무엇인지 철저히 따져보겠다"면서 "투명하지 못한 행정과 제도의 문제인지 아니면 개인의 일탈과 비리 문제인지 원인부터 규명하겠다"고 설명했다.그는 이어 "도려내야 할 부분이 있다면 뿌리부터 뽑아내 발본색원하겠고 관련자는 강력한 문책으로 다시는 공직사회에 '갑질'과 부정부패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김 장관은 "이러한 문제가 반복될 경우 반드시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음을 명심해 달라"고 경고했다.김 장관은 글을 올리기 전 전날 오후 5시30분부터 1시간 30분간 소속 실·국장과 기관장을 불러모아 같은 내용의 이야기를 하며 강하게 경고했다.특히 행안부 산하 국립재난안전연구원에서 발생한 직원 2명의 금품수수 의혹을 언급하며 크게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김 장관은 또 '갑질' 논란을 불러온 행안부의 감사 형식을 두고 혁신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울산에 있는 국립재난안전연구원에서는 5급 이상 공무원 2명이 용역 관련 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울산지방경찰청 조사를 받고 있다.또 행안부 감사관실 조사관은 경기 고양시 주무관을 감사하는 과정에서 차량 감금과 '막말'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행안부는 해당 조사관을 대기발령 조치하고 경찰에 사건 수사를 의뢰했다.이밖에도 행안부 산하 국가기록원 부산기록관의 공무원이 비리 의혹으로 경찰 조사를 받는 등 최근 행안부와 소속 기관 공무원들의 행태가 논란이 되고 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