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이 내년 초부터 공식 판매에 나설 예정인 쉐보레의 대형 SUV 트래버스.  (사진=쉐보레)
한국GM이 내년 초부터 공식 판매에 나설 예정인 쉐보레의 대형 SUV 트래버스. (사진=쉐보레)
경영정상화에 나선 한국GM의 쉐보레 차량이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다. 출시 3개월째를 맞은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이쿼녹스는 차가 안팔려 이미 흥행에 참패했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이 지난 6월 판매를 시작한 이쿼녹스는 8월까지 내수 시장에서 673대 팔리는데 그쳤다. 이쿼녹스는 성장세가 두드러진 SUV 세그먼트의 신모델이지만 지난달 판매량은 고작 97대로 왠만한 수입차보다 적게 팔리는 굴욕을 맛봤다.

한국GM은 연말까지 이쿼녹스 2000대 이상 팔 계획을 세웠으나 지금과 같은 추세면 연식변경 모델 출시 이전에 재고가 쌓일 부담에 처했다. 지난 5월부터 판매에 들어간 폭스바겐의 신형 티구안이 할인을 앞세워 8월까지 5000대 이상 팔린 것과 대조적이다.

이쿼녹스의 부진은 현대·기아차의 신차 공세 영향도 일부 작용했다. 비슷한 시기에 상품성을 강화한 신형 싼타페, 투싼, 스포티지가 잇달아 나오면서 SUV 구매자들은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이쿼녹스를 외면하게 됐다.

한국GM 관계자는 "이쿼녹스 구매자들은 수입 SUV가 아닌 현대·기아차와 비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가격에 대한 시장의 불만이 컸고, 구조조정이 끝난지 3개월 밖에 지나지 않아 올해는 쉐보레 브랜드 회복 기간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GM은 '미국산' 이쿼녹스에 이어 내년에는 대형SUV 트래버스를 수입·판매할 예정이다. 내수 판매 모델의 세단은 줄이고 SUV로 새롭게 재편하는 등 시장 요구에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이쿼녹스가 초반부터 흥행에 실패하면서 내년 초에 판매를 시작할 트래버스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도 낮아지고 있다. 이쿼녹스와 같은 수입산 모델로 판매될 트래버스의 입지 다지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트래버스는 포드(익스플로러), 혼다(파일럿) 등 수입 브랜드와 경쟁이 예상되는 데다 현대·기아차에서 대형SUV를 내놓을 예정인 만큼 수입차 프리미엄을 확실히 주지 못하면 또 다시 소비자 관심에서 멀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올들어 8월까지 한국GM의 내수 판매량은 5만8888대로 작년 동기 대비 37% 감소했다. 남은 4개월간 부진이 계속된다면 내수 판매량이 회사 창립 이후 처음으로 연간 10만대를 밑돌 가능성이 점쳐진다.

한국GM은 올 연말 말리부 부분변경 모델을 시작으로 내수 다지기에 돌입한다. 경차 스파크에 이어 두 번째로 판매고가 높은 말리부 살리기 등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이달에는 선착순 4000명에 한해 11% 할인을 앞세워 무너진 영업망 재건에 나섰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