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장수식품들
국내 대표 장수식품들
변화무쌍한 신(新)제품 경쟁에도 '장수식품'의 인기는 여전하다.

신라면과 안성탕면, 초코파이, 바나나맛우유, 맥심 모카골드, 미에로화이바 등 이름만 들어도 추억이 새록새록 돋는 스테디셀러 식품들은 소비자와 함께 한 세대를 보내고 있다. 이들 제품은 어떻게 스테디셀러가 됐을까.

2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국내 라면시장에서 단일 브랜드로 누적 판매량 150억개를 넘어선 제품은 신라면(300억개)과 안성탕면(150억)뿐이다.

안성탕면은 올해로 출시 35주년. 1983년 9월, 소비자들에게 첫 선을 보인 뒤 구수한 국물과 쫄깃한 면발로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다. 올 8월 기준으로 누적 판매량은 150억개, 매출액은 3조5000억원을 넘어섰다.

지금까지 판매된 안성탕면을 일렬로 이으면 지구(둘레 약 4만km)를 75번 휘감을 수 있고, 5000만 국민 한 명당 안성탕면을 300개씩 끓여 먹은 셈이다.

안성탕면을 만든 농심은 "흉내 낼 수 없는 특유의 구수하고 진한 국물맛이 장수 비결"이라며 "실제로 된장을 기본으로 소고기와 고춧가루가 어우러진 우거지장국 맛을 구현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경남과 부산지역에서 인기가 높은데 된장문화에 익숙한 경상도민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 같다"라고 했다. 이 곳에선 안성탕면이 전국에서 유일하게 신라면을 제치고 판매 1위 자리를 지켜내고 있다.
초코파이· 신라면· 바나나맛우유· 미에로화이바 … 어떻게 스테디셀러가 됐나
올해로 출시 30주년을 맞은 현대약품의 미에로화이바도 대표적인 장수제품이다.

음료 시장이 커지던 1980년대 후반께 식이섬유 음료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 시장에 발을 내딘 미에로화이바는 '건강하게 날씬한 기분을 선사해 주는 음료'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시장에 꾸준히 알려왔다.

패키지 리뉴얼을 거치는 과정에서도 날씬한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빗살 무늬 패턴과 오렌지 컬러를 고수해오고 있다. 특히 젤리를 선호하는 20~30대 소비자들을 공략하기 위해 미에로화이바 젤리를 내놓은 등 세대를 아울러 다양한 고객층을 확보한 것이 장수비결로 꼽혔다.

1974년 처음 출시된 오리온 초코파이의 경우 달콤한 맛과 함께 '정(情)'이라는 콘셉트를 통해 소비자를 사로잡은 스테디셀러다.

초코맛의 파이와 마시멜로우가 적절하게 어우러져 자아내는 독특한 맛과 핵심 브랜드가치인 정(情)을 내세운 광고가 소비자들의 감성을 자극했다는 평가가 많다.

동서식품의 커피믹스인 맥심 모카골드는 신제품 홍수에도 '충성 고객층'을 보유한 제품이다. 최초의 커피믹스이면서 커피, 설탕, 크리머의 황금 비율에 최상급으로 엄선한 원두를 블렌딩한 맛과, 휴대가 간편하고 보관이 쉽다는 점이 인기 비결이다.

동서식품은 맥심의 인기 유지를 위해 매년 100건 이상 시장조사와 분석을 실시하고 있는 데다 4년마다 맥심 커피의 맛과 향, 패키지 디자인까지 업그레이드하는 리스테이지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비 트렌드를 정확하게 진단하기 위해서다.

가공유 장수식품으로는 빙그레의 바나나맛 우유가 꼽힌다. 바나나맛우유는 44년간 특별한 용기 이미지로 소비자들의 머릿 속에 자리매김을 했고, 맛과 영양도 그대로다.

바나나맛 우유는 출시 당시 일반적인 우유병이나 비닐 팩의 패키지에서 과감히 벗어나 달 항아리 모양의 제품으로 등장했다.

'국가대표 장수식품'은 확고한 1등 브랜드 이미지로 식품 시장의 역사에서 살아남은 산증인이다.

농심 관계자는 "이들 장수제품은 수 십년이 지난 지금까지 독창적인 맛과 품질로 소비자들에게 사랑 받아온 간판스타들"이라며 "오랜 식품 시장의 역사와 트렌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산증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장수제품들이 지금까지 사랑을 받아온 이유는 확고한 브랜드 이미지를 고수하면서도 소비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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