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 소비문화와 지속가능한 사회
“쓰레기를 사면 과자가 덤.”

무슨 뜻일까. 과도한 플라스틱 포장을 비판하는 말이다. 지난달 3일 ‘세계 1회용 비닐봉투 안 쓰는 날’을 앞두고 국내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대형마트 앞에서 1회용 포장재를 반대하는 퍼포먼스를 했다. 소비자들이 내용물보다 포장 중량이 더 나가는 상품을 산다면 상품보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산다는 표현이 그리 과장된 것은 아니다.

‘플라스틱 어택(Plastic Attack) 캠페인’은 지난 3월 영국에서 시작돼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1회용 포장재의 심각성에 대해 세계인이 공감하고 있다는 뜻이다. 자원과 에너지 낭비는 온실가스 배출과 직결돼 있다. 폭염의 간접적인 원인이기도 하다. 생태계 피해도 가져온다.

1회용 음료수 빨대가 바다로 흘러들어가 바다거북의 코에 박히는 흉기로 둔갑할 수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은 몰랐을 것이다. 미세 플라스틱은 플랑크톤은 물론 먹이사슬을 통해 어류와 포유류 체내까지 축적된다. 미세 플라스틱보다 더 작은 마이크로비즈 역시 생활용품과 화장품을 통해 하천과 해양으로 배출된다. 미세 플라스틱과 마이크로비즈는 해산물을 통해 우리 식탁 위에 오른다. 소비자는 오염물질의 배출자이면서 동시에 피해자인 입장에 놓여 있다. 소비자가 사용하는 제품을 생산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 사회는 살충제의 해악을 경고한 ‘침묵의 봄’(레이첼 카슨, 1962년)과 내분비계 장애물질의 심각성을 고발한 ‘우리의 도둑 맞은 미래’(테오 콜번 등, 1997년)를 뼈아프게 경험한 바 있다. 바로 살충제 성분이 포함된 계란과 가습기 살균제 문제다. 미세 플라스틱과 자원 낭비 문제는 바로 이 경고의 연장선에 있다. ‘낭비의 제도화’가 만연한 사회는 결코 ‘지속가능한 사회’가 아니다.

이런 문제를 대처하기 위해서는 첫째, 환경부의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의 효율적 운영이 필요하다. 둘째, 포장을 줄이고 재질을 단순화하려는 산업계의 유니소재화(uni-materialization)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 셋째,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실천이 병행돼야 한다.

웰빙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지향한다. 환경·보건·안전·품질(EHSQ)이 조화를 이룬 ‘지속가능한 사회’는 웰빙 소비문화를 이끄는 선도 기업과 이에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소비자들이 만들어 나가야 한다.

한국표준협회의 한국소비자웰빙지수를 통해 1위로 선정된 기업들이 웰빙 상품 및 서비스의 표준을 선도, 우리 사회의 건강성과 지속가능성을 증진하길 기대한다.

구자건 < 연세대 환경공학부 교수 >